팜플로나를 지나 시수르 마이어까지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아침
나의 길을 밝혀주는 것은 다름 아닌 자동차 전조등이었다.
다들 이른 아침부터 어디를 향해 가는지 궁금했다.
길을 걷던 중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곳에는 공장이 있었다.
조그마한 마을인데 젊은 사람과 아이들이 많은 이유가 궁금했는데, 공장 덕분이었던 것 같다.
문뜩 공장을 지나며
쥴리아나와 말없이 번역기로 했던 소통,
내 옆을 걸어 다니는 소와 말,
황금 알을 품을 것 같은 거위,
내게 영감을 줬던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었다.
나의 일상도 누군가에겐 바라는 것일 것이고, 누군가에겐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 독립운동의 길, 민주화의 길, 예술가의 길과 같은 국토대장정 콘텐츠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막다른 길에 도착했다.
외길에서 만난 울타리는 건너편이 사유지라는 생각을 내게 심어줬고, 길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뒤를 돌아봐도 길은 하나뿐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밀어봤을 땐 문이 열렸다. 타인의 일상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길은 이 길뿐이었고 나는 저 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다행히 농장 옆으로 길이 나있었고, 그 길은 순례자의 길이 맞았다. 농장과 산을 넘어 걷다 보니 아름다운 마을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부를라다라는 마을은 입구부터 나를 매료시켰다. 바람이 연주하는 나무 소리에 화음을 넣는 물의 소리는 오락가락한 날씨가 준 피로로부터 나를 치유해 줬다.
마을을 깔끔했고, 여러 색의 건물들은 조화롭게 나를 반겨주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을까 했지만 정오까지 조금 남은 시간이 나를 방해했다.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팜플로나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