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정기검사는 태양광발전시설은 4년에 한번씩 하고, 일반 전기시설에는 3년에 한번씩 한다. 나는 한 달에 네 댓 번은 정기검사를 받는 셈이다. 정기검사는 전기안전공사에서 통보가 오는데, 통보받은 기일에서 두 달 전부터 두 달 후까지가 유효기간이다. 가령 10월이 정기검사 기간이면 8월부터 가능하고, 12월 안에만 받으면 된다. 그러니까 5개월간의 기한 안에만 받으면 된다. 전기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제량을 많이 준 조치라 할 수 있다.
한성플랜에서 연락이 온 것은 12월 초다. 받자마자 한숨부터 나왔다. 기한이 벌써 임박해서다. 10월이 검사달이고, 다음 두 달의 여유가 12월에 끝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통지서는 반년 전에는 받았을 것이다.
“아이고, 이때까지 뭘 하다가 이제 와서 검사를 신청해 달라는 거야!”
이정도가 되면 회사의 운영실태를 짐작할 수 있다. 주먹구구겠다 싶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전기안전여기로’라는 전기안전공사 홈페이지에 바로 들어가서 정기검사를 신청했다. 12월에는 이미 신청할 수 있는 틈이 없다. 주간근무시간에는 물론 없고, 할증료 30%가 추가되는 근무외 시간에도 없다. 하는 수 없이 1월로 넘어갔다. 이미 정기검사 기일이 끝나는 12월을 지났으니 벌금을 물린데도 하는 수 없다. 한성플랜에서는 근무시간에도 안 되고, 점심시간에도 할 수 없다고 해서, 근무시간이 끝나는 18시에 신청을 했다. 신청을 하고는 담당자와 통화도 했다. 다행히 신청기간이 끝났어도, 정기검사로 받아 주겠단다. 다행이다. 근무시간외 추가 할증비용은 30%를 물어야 한단다. 하는 수 없다.
보통 신청한 검사기일의 열흘정도 전에는 안전공사에서 확인 전화가 온다. 그런데 이번에는 검사비용을 납부하지 않았단다.
“안전관리자님, 한성플랜에서 정기검사를 1월 7일 화요일에 신청한 것 맞지요? 그런데 검사료를 납부하지 않았어요. 연락한번 해 주시겠어요?”
난 뭔가? 신청만 해 주면 되는 것을 비용 납부까지 챙겨야 하는가? 열흘 전에 연락을 했는데, 일주일 전에 또 안전공사에서 연락이 왔다.
“안전관리자님, 한성플랜에요, 지난번에 금방 입금하겠다고 해 놓고 아직도 입금을 안 했네요. 어떻게 된 거지요?”
“알았어요. 내 다시 연락해 볼게요.”
여직원과 통화를 했다. 대표에게 전화를 해서 확답을 받았다고, 바로 입금을 하겠단다. 사흘 후다. 다시 안전공사에서 전화가 온다.
“아직도 입금을 안 했어요? 왜 또 전화를 하세요?”
“아직도 입금을 안 했어요. 안전관리자님이 팍팍 좀 밀어 주셔야지요.”
“팍팍 밀기만 해요? 발로 차버려요. 뻥뻥 차요.”
결국 다시 문자가 오기를 ‘월요일에 입금한답니다’하고 안전공사에서 연락이 왔다. 입금할 것을 믿고 정기검사를 진행하겠단다.
정기점검 비용은 안전공사에서 책정하고, 전액 안전공사로 들어가서, 안전관리자에게는 떡고물 하나 떨어지는 것도 없다. 그렇다고 내가 비용을 내는 것도 아닌데, 안전공사에서는 수용가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고, 안전관리자에게만 득달을 한다. 어떤 때는 한 달에 네 번을 신청하는 때도 있다. 한번은 안전공사직원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제가 한 사람 봉급은 벌어다 줬어요. 나에게는 수당 좀 안 줍니까?”
웃고 만다.
한성플랜은 간판공장인데, 점심시간도 안 되고 해서, 하는 수 없이 일과시간 외에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요즘은 오후 6시만 되어도 캄캄하다. 캄캄한 밤중에 검사를 하기는 처음이다. 영성빌딩에 지중화작업 할 때 전기실에 손전등을 들고 들어가 작업은 했어도, 정기검사는 처음이다. 정기검사에서는 내가 할 일이 세 가지다. 먼저 저압의 판넬을 내리는 일, 고압의 ASS 내리는 일, 고압 파워퓨즈를 내리는 일이다. 검사가 다 끝나면 내렸던 역순으로 올리면 된다. 파워퓨즈 끼우고, ASS올리고, 저압 MCCB를 차례로 올리면 된다.
그런데 이런 검사를 하기 전에 합격을 맡도록 준비를 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한성플랜이 검사를 받기 전에 ASS(Auto Section Switch), 그러니까 자동고장구분개폐기가 자동으로 작동되는지를 먼저 점검하는 일이다. ASS 컨트롤러(Controller)를 작동시켜서는 점검을 할 수는 없다. ASS를 작동시킨다는 것은 공장 전체의 전원을 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단지 컨트롤러의 배터리가 충분한지를 보는 수밖에 없다. 배터리를 점검해 보니 잔여량이 아주 없다.
ASS 컨트롤러의 배터리는 정기검사 전에 갈아야 하는데, 여기 판넬에서는 갈 수가 없다. ASS가 판넬 문짝에 달렸으면, 문짝을 열고, ASS 뒷부분의 배터리 장착부분을 열어 교체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 ASS는 문짝에 달려있지 않다. ASS 뒤쪽인 배터리를 갈 수 있는 부분이 파워퓨즈를 바라보도록 계량기 함이 달린 철판에 고정되어 있다. 전기를 살려 두고는 배터리도 갈 수 없게 되어있다. 배터리를 받으면서 이런 사정을 대표에게 이야기 했다.
“이 사진을 보세요. ASS가 문짝에 달려 있지 않고, 고정된 철판에 달려 있어요. 이걸 어떻게 갈지요?”
“그러면 검사하는 시간에, 안전공사 직원이 모르게 슬쩍 가세요.”
작업 때문에 근무시간에 내리지도 못하는데, 한밤중에 내가 간다고 해도 전기를 내려야 하는데, 배터리를 간다고 전기를 모두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도 검사를 하려고 내렸을 때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은 했었다. 대표의 말을 들으니 그 방법 밖에 없겠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안전공사 직원이 뭐라고 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써니빌에는 11월말 폭설로 1주일동안 정전이 됐었다. 동막골처럼 외진 곳이라 쓰러진 나무를 제거하면서 전기를 다시 받을 때까지 마을 주민들이 화목난로를 때면서, 물을 길어다 먹으면서 견뎠다. 사람은 그렇게 견뎠지만, ASS Controller의 배터리(Battery)는 방전이 되고 말았다. 일주일만에 전기를 투입한다고, 수배전반에서 뭐 망가질 것이 없느냐고, 한전에서 안전관리자를 불러 달라고 한 모양이다. 저압이 모두 투입상태고, ACB(Air Circuit Breaker)도 투입 상태고, ASS도 투입상태인데다가, 한전전기를 바로 올리면 뭔가 보호가 되지 않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수용가에서는 걱정이다. 바로 달려갔다. 저압부터 다 내렸다. ACB도 내렸다. ASS는 역시 안 된다. 수동으로 돌렸다. 철컥하고 내려갔다.
그리고는 바로 한전 전기를 받았다. 이젠 다시 올려야 한다. 내린 순서의 역순이다. ASS가 역시 자동으로 투입되지 않아, 수동으로 36회를 돌렸다. 전기를 모두 투입하고는 ASS 컨트롤러의 배터리를 점검했다. 역시 전압이 부족했다. 써니빌에서는 베터리를 ASS회사 전화번호로 연락해서 구입하게 했다. 기기 뒤편에 회사 안내가 찍힌 문구를 사진을 찍어서 써니빌 대표에게 보내 주었다. 2주일 후에 점검을 다시 갔을 때 배터리를 갈아 끼웠다. 여기는 쉬웠다. 판넬 문짝에 달려 있어서, 문을 활짝 열고는 기기 뒤편의 배터리를 꺼낼 수 있는 덮개를 열면 바로 꺼내고 교체가 가능했다. 혼자서도 문제없다.
한성플랜의 ASS는 문짝에 달리지 않고, 한전 계량기를 붙인 철판에 달려 있어서 뒤편으로 돌아 들어갈 수가 없게 생겼다. 뒤편에 바로 파워퓨즈가 백제 병사가 짚고 섰는 창처럼 비스듬히 서 있다. 안전공사 직원이 뭐라 그럴 줄 모른다. 검사에 방해가 된다고는 안 할지, 미리미리 준비하지 그러느냐고는 안 할지.... 까다로운 사람을 만나면 한 소리 듣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눈보라치는 허허벌판을 지날 때 머리를 숙이고 맞바람을 뚫고 지나가듯 해야 한다. 배수진에 정면돌파 밖에 없다.
검사 날은 한 시간 일찍 갔다. 근무가 끝나고 퇴근하는 직원에게 당부할 것이 있어서다. 이제 막 사무실 직원들이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지에스 전기 안전관리자입니다. 오늘 전기 정기검사를 해야 하는데, 몇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먼저 전기를 모두 내렸다가 올려야 하는데, 돌발전류가 발생할 수 있으니 컴퓨터나 전기기기를 모두 꺼주시기 바랍니다. 코드를 뽑아 주세요. 그리고 세콤이나 에스원 같은 보안회사에도 연락을 해 주세요. 전기가 나가면 거기도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고 출동할 수 있으니까요. 또 하나는 제가 전기를 내리고 올릴 텐데, 내 명령을 듣고 공장에서 마지막 점검을 할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누구 책임자 한 사람 불러 주세요.”
사무실에서는 이사라는 분에게 연락을 하더니, 뭐든 자기에게 이야기하란다. 전화번호를 받았다.
날은 꽤나 춥다. 해가 넘어가고 건물에 붙은 가로등이 켜지니까 주차장 바닥에 녹다가 다시 얼은 얼음이 번들번들한 빙판이다. 작업도구가 든 가방을 매고, 갈아 끼울 ASS 건전지를 들고 먼저 수변전실로 갈 참이다. 차 문을 당기니까, 안 열린다. 열쇠가 주머니에 있나 뒤져봤더니, 없다. 차 안을 살폈더니 운전대 앞 계기판 위에 열쇠가 놓였다. 이런. 큰일이다. 시간은 다 됐는데, 나는 갈 수가 없다. 자동열쇠라면 주머니에 넣기만 하면 되는데, 회사 차는 자동열쇠가 아니다. 열쇠를 꼽아야 문이 열리고, 열쇠를 돌려야 시동이 걸리는 차다. 기어도 스틱으로 넣어야 속도가 바뀌는, 한 시대 뒤진 차다. 하필 이런 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정신이 없다. 금방 번호를 받은 한성플랜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사님, 혹시 직원 중에 잠긴 차 문을 열 수 있는 사람 없을까요? 내가 열쇠를 차 안에 있는데 문을 잠궜네요. 어쩌지요?”
“그러면 빨리 보험에 연락하셔야지요.”
“아, 그래요?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알았어요.”
치매 초기인가? 내가 이런 일을 한 번도 당해보지 않아서 그런가? 다행히 전화는 주머니에 있다. 회사 사무실에 연락을 해서 보험회사 전화번호를 받고, 보험회사에 긴급출동을 요청했다. 차 문을 따 주러 금방 온단다.
그 사이 안전공사에서 도착했다. 먼저 수변전실로 갈 테니 곧 따라 오란다. 보험회사에서는 금방 온다고 했는데, 아무 소식이 없다. 정기검사도 내가 없으면 진행이 되지 않는다. 조용하니까 리드봉을 들고 수변전실로 올라갔다.
“검사 시작할게요. 저압부터 내려 주시지요.”
안전공사 직원의 요청이다. 저압을 내리기 전에 이사에게 먼저 전화를 했다.
“이사님 지금 전기 내립니다. 개방.”
하고 소리쳤다. 옆에 있던 안전공사 직원이 받는다.
“개방.”
저압을 모두 내리고 판넬 반대편으로 갔다. 파워퓨즈를 내릴 순서다. 막 리드봉을 잡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보험회사에서 차 문을 열어 주러 도착한 모양이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고요. 차 문 열어주려고 온 모양이에요.”
“그러면, 차에서 가지고 오세요. 우리가 진행 할게요.”
순순하다. 안전공사 직원이 다행히 친절하다. 젊은 직원에게 리드봉을 건내 주고 차로 다시 갔다.
차 문은 금방 땄다. 주머니 하나를 문틈으로 끼워 넣더니, 공기를 넣어 팽창시키고는, 벌어진 틈으로 철사를 넣어 잠금을 풀었다. 젊은 이 사람도 친절하다. 20분만에 달려와서 차 문을 열어 주었다. 날도 추운데, 바람이 빠른 만큼 일도 빨리빨리 처리가 된다. ASS 배터리 교체도 이렇게 순조로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가방을 메고, 배터리를 손에 안고 수변전실로 갔다. 안전공사직원이 퓨즈를 다 내리고 ASS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마자 사실이야기를 했다.
“지금 ASS는 자동으로 안 됩니다. 배터리를 갈아야 해요.”
“지금 어떻게 하려고요?”
“배터리를 갈아야지요.”
“어떻게 갈 거냐고요?”
안전공사직원이 현장 파악을 다 하고 있었다. 파워퓨즈를 내리고는 ASS 컨트롤러 스위치를 눌러 본 모양이다. 자동으로 개방되지 않는 걸 알고는 지금 어떻게 작업 할 건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뭘 어떻게 해요. 내릴 때는 수동으로 레버를 돌려서 내리고, 검사가 다 끝나는 대로 배터리를 갈아야지요. 전기를 내리지 않고서는 못 갈아요. ASS가 문짝에 달려있지 않고, 계량기 철판에 고정되어 있어요. 보세요. 뒤에서는 작업을 못 해요. 앞으로 꺼내야 해요.”
“그래요? 알았어요. 그렇게 하세요.”
ASS를 내리지 않고 갈려고 덤비는 지를 보려고 한 모양이다. 내가 ASS 수동레버를 돌렸다. 36바퀴를 돌려서야 ‘철컥’하고 ASS가 개방되었다. 나는 검사를 하는 동안은 잠시 물러나 있었다.
잠시 후 검사를 마쳤단다.
“ASS 배터리를 가세요. 검사 다 끝났어요.”
“알았어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ASS도 내리고, 파워퓨즈도 다 내리고, 시간도 꽤 지나서 충전전류도 다 방전이 되었다. 그래도 ASS Controller의 전원을 내리고 나사를 풀었다. 날이 벌써 어두워 손전등을 입에다 물고 전동드릴을 돌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안전공사 직원 중에 나이 많은 이가 입에 물고 있는 손전등을 달란다. 자기가 들어 주겠단다. 고맙다. 이제 와서 작업을 한다고 야단이냐고 핀잔을 주지 않고 협조를 해 준다. 그런데 이상하다 드릴을 아무리 돌려도 나사가 나오지 않는다. 네 군데를 다 돌려도 제자리다.
“뒷면에 암나사가 따라 돌고 있어요. 잠깐 기다리세요. 잡아줘야 풀려요. 내가 잡을게요.”
젊은 직원이 철판 뒤로 손을 넣어 암나사를 잡았다. 내가 돌리는 수나사가 그제서야 나온다. 이건 손전등이 아니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앞에서 돌리고, 뒤에서 잡아 줘야 가능한 작업니다. 2인1조로 작업을 해야 할 일이다. 조부장이 늘 그랬다. 우리도 작업이 있을 때는 2인 1조로 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바로 오늘 오전이다. 오션코리아에 작업을 마음먹고 하러 갔다. 냉동창고를 돌리는 125A MCCB 하나에 25SQ 전선이 물려 있는데, L3 전선에 약 10cm 길이로 탄화가 있었다. 압착단자도 사고, 큰마음 먹고 압착기도 하나 사고, 그 MCCB를 풀 수 있는 6각 랜치도 사가지고 갔다. 그런데 나사가 얼마나 단단하게 박혀있는지 내 힘으로는 꿈쩍도 안 했다. 6각 랜치 끝을 뺀찌로 잡고 돌려도 안 되고, 몽키를 물려 돌려도 꿈쩍도 안했다. MCCB를 시험한다고 Bus Bar를 덮었던 아크릴 판도 떼어 냈는데, 돌아가질 않는다. 열렸던 문짝이 ‘삐끄덕’하고 닫히는 걸 팔굽으로 막아가면서 몇 번을 용을 써도 꿈쩍도 않는다. 문득 조부장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전기를 만지다가 감전이 되잖아요? 그러면 손 끝 하나 까딱을 못해요. 고대로 얼음이에요. 그 때는 어떻게 해야 겠어요? 옆에 있는 사람이 발로 차 줘야 해요. 귀하다고 손으로 잡았다가는 똑같이 감전이 되어서 붙어 버려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차야 해요. 무게를 실어 발바닥으로 힘껏 밀어야 해요. 그래야 둘 다 살아요.”
지금 내가 이 작업을 하다가 전기가 통해 붙어버리면 아무도 날 구해 줄 사람이 없다. 2인1조가 되어서 작업해야 하는 걸, 혼자서 풀리지도 않는 나사를, 탄화가 된 걸로 봐서는 첫 작업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을, 내가 지금 혼자서 해결하겠다고 무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싶었다. 바로 중단하고 공사팀에 연락해야겠다고 원위치 시켰다.
같은 날 저녁에 또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 혼자서는 애초에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안전공사 직원이 둘이나 옆에 있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할 작업이었다. 한 사람은 손전등을 비추고, 한 사람은 내가 풀어낸 ASS Controller Box를 잡고 있고, 난 배터리 잭을 풀어서 새 걸로 갈아 끼웠다. 다시 벽에 부착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뒤에서 한 사람이 암나사를 잡아 줘야, 앞에서 수나사를 돌려 끼울 수 있었다. 아까 잡아 준 젊은 직원이 너트를 하나하나 잡아 주었다. 갈아 낀 배터리에 전원이 들어온다. 파워퓨즈를 끼우고는 ASS 전원을 투입하란다.
“검사는 마쳤습니다. 이제 ASS 전원을 투입하시면 됩니다.”
전원을 올리고, 외쳤다.
“투입합니다.”
“예, 투입하세요.”
복창을 듣고 투입을 눌렀다. 모두들 고개를 ASS 반대편으로 돌렸다. 수배전반의 철망이 판넬에서 1m도 떨어지지 않아서, 판넬의 문짝도 다 열리지 않고, 양쪽 문을 열어두면 사람이 바깥으로 나갈 수도 없이, 철망 앞에서 옹기종이 붙어 서서, 얼굴만 반대편으로 돌릴 뿐이다. ASS를 올리면서 돌발전류가 폭발해서 전기 화상을 입어도 얼굴은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윙 – 척”
하더니, ASS가 붙었다. 다행이다.
안전공사 직원은 열화상을 찍어서 파워퓨즈 온도를 비교하고, 나는 저압으로 돌아가 MCCB도 올렸다. 저압을 올려 공장 전체에 전기가 들어가게 할 때는 이사에게 전화를 해서 준비를 시켰다. 나는 내 작업가방을 메고, 안전공사 직원은 자기를 검사장비를 메고 수배전반 계단을 내려올 때 안전공사 직원이 묻는다.
“실례지만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고생하시는데요.”
“예순 여섯이에요.”
“아, 그러세요? 난 올해 60인데, 우리 사무실에서 최고령이에요.”
“야, 이제 60이면 한창 때지요.”
“하하. 그러세요? 맞아요. 한창 때에요. 아무튼 그 연세에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사무실에 들러서 검사 마감을 할 때 이사와 내게 싸인을 받으면서도 그랬다.
“안전관리자님이 ASS 배터리를 미리 준비해 주셔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소한 추위가 제법 매섭고, 해는 떨어져 날은 더 쌀쌀했다. 복마전처럼 예기치 못하게 차 문도 잠겼었다. 배터리를 가는 작업은 2인1조로해야 하는데 혼자였다. 사무실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다던 그 직원 덕분에 무사히 검사를 마쳤다. 합격했다.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다운 이유를 오늘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