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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불멸’을 믿고 싶은 나약한 인간에게

“그건 헛된 망상이므로 빨리 깨거라.”-손무(孫武)-

by 독자J

p.169~179

『손자병법』, 글항아리, 손자 지음, 김원중 옮김

인류 역사는 고정관념을 깨면서 진보했다. 천 년 동안 지속된 천동설과 창조론은 결국 지동설과 진화론으로 대체되었고, 지구 구형설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었으며,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양자역학도 결국 정설로 인정됐다. 전기차는 이제 도로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우리는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나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았던 프레젠테이션과 아이폰이라는 물건이 우리나라에 상륙했을 때의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나는 그때 핸드폰이 없었다. 이 외에도 우리의 고정관념을 깼던 사례는 무수히 많다. 지금 보면 너무 당연하지만 당대에는 완전히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이며, 어떤 것들은 국가와 종교의 탄압을 받기도 했다. 오히려 이제는 이런 것들이 ‘상식’이 되고 ‘정상’이 되어 새로운 고정관념을 형성하지 않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그러나 손자는 이미 기원전에 우주에서 영원불멸한 것은 없으며, 그러므로 고정된 진리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든 것은 변한다. 우리의 육체는 시간이 지나면 늙고 허물어진다. 우리의 정신과 뇌는 시간이 지나면 성숙한다. 그러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고정불변한 것은 없다. 계절은 순환하고, 해와 달도 차면 기울어지며, 모든 사람은 음기와 양기가 있고, 장단점이 있고,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렇듯 인간과 인생과 세상은 모두 다면체이다. 그러므로 이분법적인 관점이나 지나친 단순화는 경계해야 한다. 고정된 것을 믿는 것도 경계해야 하며, 모든 일에 하나의 방법으로만 대응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이렇듯 세상은 복잡다단하기에 판단도 그에 따라야 한다. 이에 대해 손자는 물과 같아야 한다고 했으며, 공자는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智者樂水).’라고 말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영원히 잘 되지도, 영원히 안 되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인생에서 실패와 고난을 겪고 있다면 다음에는 성공할 수 있으므로 더욱 분발하고, 지금 잘 나가고 있다면 언제든 내려올 수 있으므로 더욱 겸손하고 경계해야 한다. 인생은 점이 아니라 선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절대 한순간에 망하거나 잘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며 인생은 과정의 연속일 뿐, 결과는 그저 하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토록 변화무쌍한 인생 앞에서 그저 과정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그것만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며 나머지 모든 것은 가능성(운)에 맡겨야 한다. 그래서 손자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유연하고 민첩하며 변화무쌍하게 행동할 것을 강조했다. 전쟁이 계속 변하는 것이듯 세상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눈에 보이는 전력이나 규모가 승리를 좌우하지 않으며 나의 역량은 집중하고 상대는 분산시킬 수 있다면 객관적인 전력이 열세여도 이길 수 있다고 손자는 말한다. 그의 말대로 ‘승리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전에 그가 말했듯, 우리가 할 일은 ‘불패(不敗)’의 군대를 만들고 ‘필승(必勝)’을 준비할 뿐이다. 불패의 군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유연한 판단과 변화무쌍한 행동과 그를 뒷받침하는 철저한 준비이다. 오늘날 우리가 해야 할 준비는 끊임없는 학습과 성찰을 통한 성장, 건강관리 등일 것이다. 인간의 ‘노력’은 딱 여기까지만 해당한다. 물론 이것조차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이것만 잘해도 이전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토록 인생은 오묘하고 신비하다. 인력과 자연을 변수로 하는 고차방정식에 따라 수많은 답이 나온다. 그게 각자만의 인생이요, 각자만의 해답이다. 그러므로 리더가 사안을 단순하게 바라보지 않고 고정관념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태도를 지니면 그 사회는 좀 더 풍요로워질 것이고, 부모와 교사는 좀 더 아이에게 맞춘 교육을 할 수 있으며, 개인은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꼭 하나의 정답만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아직도 우리 사회는 하나의 정답, 하나의 경로만을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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