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2 대참사
너무 불안했다.
그래서 일단 체육관으로 갔다.
하필 오늘은 복부·코어·전신 안정 운동이라, 내 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거울 속에 비친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었다.
지방들은 ‘우리가 승리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춤추고 있었다.
다시 떨리는 내 지방들.
그들은 나에게 인사했다.
으, 대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왜 살이 오히려 쪘냐고?
사건의 발단은 이렇게 시작됐다.
오랜만에 매우 친한 녀석이 근처에 온다고, 밥이나 한 끼 먹자고 연락했다.
살은 쪽 빠졌고, 머리도 빠진 상태로 놀러 왔다.
오랜만에 보기도 했고, 뭔가 밥이라도 먹여야 할 것 같았다.
먼저 연락이 오기도 했고, 돈 얘기 안 하면 밥은 사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삼겹살을 사주고, 냉장고에 있던 간식들까지 다 챙겨줬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부터 회의가 끼어 오전 시간을 다 날려버렸다.
점심은 평소처럼 된장찌개.
운동하려고 거울 앞에 섰는데——
세상에.
왜 내 몸이 다시 예전처럼 보이지?
너무 불안했다.
그래서 일단 체육관으로 갔다.
하필 오늘은 복부·코어·전신 안정 운동이라, 내 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거울 속에 비친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었다.
지방들은 ‘우리가 승리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춤추고 있었다.
다시 떨리는 내 지방들.
그들은 나에게 인사했다.
“여, 오랜만이네.
네가 무슨 다이어트야.
넌 조금만 먹어도 우리가 돌아오잖아.
계속해봐. 한번이라도 먹으면 우리는 돌아온다.
네가 정말 평생 한입도 안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놀라서 샤워 전 체중을 쟀다.
세상에… 100도 아니고 101kg 이었다.
참나.
일주일 개고생했는데 0.5kg도 안 줄더니
하루 만에 1.5kg 증가라니.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물이란다.
금방 빠진단다.
근데 그게 5일 걸린단다.
무슨 5일이나 걸려?
남들은 쉽게 말하는 그 5일.
그건 매 초마다 악마가 귓속말로 유혹하는 5일이다.
“한 끼 그냥 먹어. 달콤하잖아.”
그럼 이게 지방 빼는 거랑 뭐가 다른데?
질량보존의 법칙에 따라 그 물도 내 몸무게 아니야?
그동안 내 무릎은 뭐가 되냐고.
좌절은 깊어졌다.
그럼에도 난 다시 달렸다.
허리가 아프고, 침대에 눕고 싶고,
어차피 늦은 거 왜 뛰나 싶기도 했다.
요즘 벌레도 많다는데 왜 굳이 힘들게 뛰어야 하나.
하품은 어쩜 그리 나고,
그냥 오늘은 쉴까 하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다.
남들은 다 놀고 담배 피우고 술 마셔도 잘만 사는데——
왜 나만 이렇게 살아야 하나.
왜 세상은 나에게만 이렇게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가.
아, 정말 힘들다.
그러다 뛰면서 저번에 초반이 힘들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아무래도 워밍업이 안 된 상태에서 바로 달리기 시작하니까
몸이 아니라 호흡이 먼저 지친 거였다.
다음부턴 조금 천천히 시작해야겠다.
속도는 나중에 내더라도,
처음부터 급하게 달릴 필요는 없다.
그래도 저번 주 단기 목표였던 3km 달리기 성공.
호흡이 먼저 차오르는 걸 느끼며
이젠 인터벌 달리기와 조깅을 병행해보기로 했다.
6회 인터벌, 30분 이내.
그게 오늘의 결론이다.
하지만 오늘 체중계 위에서 다시 묻는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그러다 문득, 숨이 차오를 때의 나를 떠올린다.
그때만큼은 세상 그 어떤 잣대도 나를 정의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일도 달릴 것이다.
조금 더 천천히,
그러나 절대 포기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