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승리일까?
9월 19일 저녁
비 오는 소리와 핑곗거리로 내 머릿속은 가득 차 있다.
밖에서 풍기는 맛있는 라면 냄새와 속에서 우러나오는 힘들다는 강한 유혹까지...
그리고 생각한 저번주 금요일.
비가 온다는 이유로 뛰지 않았던 그 일주일은 사실 꽤 괴로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엄청 힘들게 뛰고 와야지 자기 전에 배가 안고프다.
어느 순간부터 밤에 뛰는 이유는 단순해졌다.
밤에 힘들게 뛰고 와야 허기짐이 안 찾아온다.
저번 러닝은 1킬로도 채 뛰지 못하고 포기했다.
그때의 기도는 단순했다.
어제의 지침이 오늘의 러닝에 미치지 않기를.
하지만 그의 답장은 이렇게 비도 오고 참 뛰기 안 좋은 환경으로 돌아왔다.
바보처럼 이 나이에 비 맞으면서 뛸까엔,
그냥 몰래 라면하나 소주 하나 사 와서 그냥 냅다 자는 게 더 현명한 선택으로 느껴졌다.
가끔은 몸이 너무 힘들면 정상적인 생각을 못 한다.
무엇이 현명한 선택인지 알면서도 자꾸 충동적 선택을 한다.
그 죄책감에 저녁을 안 먹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그게 또다시 충동적 선택을 반복한다.
그렇다고 러닝을 포기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올해 처음으로 입는 내 긴팔
긴팔은 주머니가 있어서 참 편하다.
따뜻한 바람막이 잠바를 입고 우산을 쓰고 나간다.
왠지 비가 오랫동안 와서 그런지 신발은 기존 신발을 신기는 싫다.
그래서 이젠 더 이상 안 쓰는 신발을 신고
젖어도 되는 막 신지만 그래도 러닝 신발을 신고 나갔다.
이미 늦은 밤,
이 공원엔 사람은 없다.
조용히 공원 한 구석에 우산을 내려놓고 런닝을 시작한다.
비가 오니 앞을 보기 힘들다.
그저 내 발만 보고 뛰기 시작한다.
과거의 실수처럼 노래도 다시 귀에 꽂는다.
비가 오니 2km만 뛰자고 했는데 어느새 3km.
조금만 더... 뭔가 되는 기분이 들던 찰나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비 내리는 고요한 공원에 유일하게 뛰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쩌면 내가 유일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지금 귀에서 들려오는 건
젖은 바닥을 치는 발소리가 아니라
점점 커지는 내 심장 소리다.
신나는 노래를 끄며 다시 심장소리에 집중한다.
4킬로 미터를 뛰었습니다.
하필이면 4.
그때의 그 4킬로 뛰었다는 기계음은 정말 감정도 없는 차가운 메탈 목소리였다.
그리고 시계를 멈추고 냅다 우산 들고 그 공원을 빠져나왔다.
그 차가운 감각은 집에 와
따뜻한 물로 샤워하니까 사라진다.
상식적으로 96킬로인 남자가
비 오는 날 갑자기 소름이 돋아서 도망친 건 우스운 일이라 보인다.
확실한건 배는 안고프다.
그리고 아까 신고 있던 신발을 보며 욱신 거리는 내 발목을 본다.
어...? 그 오래된 신발이
... 찢어졌네?
내가 들은 심장소리는 지쳐서 나온 소리가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