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있는 도전과 목표 없는 도전
오늘 카톡에서 마라톤 이야기가 나왔다.
풀코스 마라톤은 아니지만 10 킬로 마라톤을 신청한다는 인증글이었다.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도전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건 나의 서사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나는 달리면 입안에서 피맛이 났고,
심장이 터질 듯 뛰었으며,
결국 "못 뛰는 아이"로 남았다.
달리는 것은 내 것이 아니었다.
아니었어야만 했다.
요즘 러닝이 다시 유행이라 한다.
어차피 내 것이 아니었던 이 영역이
마치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 위를 조심스럽게,
그러나 뽀드득 밟히는 감각을 느끼고 싶어하는 꽤나 인간적인 충동을 느꼈다.
달리는 순간,
몸 안에 있던 리듬들이 하나의 동작으로 맞물리기 시작한다.
바람은 등을 밀어주고,
기온은 묘하게 가장 달리기 적합한 온도로 내려간다.
이건 기회다.
새로운 곳: 지금 것 가보지 못한 곳,
그때의 징크스를 깨고, 이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기회.
동시에 걱정되는 불안도 따라온다.
마라톤에 대해 조금 찾아봤고,
거기엔 너무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마치 NBA를 보면서 와 대단하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내가 본 건 왜 하지도 못하는 덩크를 보고,
저렇게 덩크를 하려면 얼마나 운동하고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다.
서브 기록, 평균 시간,
그리고 공포의 제한시간 1시간 30분.
평소 운동을 하던 사람들, 풀 마라톤도 뛴 사람들, 그리고 동호회 사람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랑 나를 비교를 하기 시작했다.
만약 정말 꼴등으로 들어온다면.
안 그래도 혼자 참여하는 사람인데 자신감이 팍 죽을 것 같았다.
대회는 이미 끝나서 철수하는데 혼자 배번호표를 입은 남자가 저 뒤에서 헉헉하며 들어오면,
근처에서 비웃는 소리를 상상하고 수근거릴 풍경을 생각하니
앞으로 영원히 절대로 달리기를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오늘 일은 해프닝으로 넘긴 채 혼자 달리던 중,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 친. 놈.
정보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직접 느끼는 정보이고
다른 하나는 머리로만 아는 정보이다.
이 둘은 서로 상이하고
일반적인 사실일 수는 있어도, '나의 사실'은 아니다.
우린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인간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운명을 피해 다니는 사람은 안전하지만,
나는 그 위험 앞에 나를 노출시키기로 했다.
왜냐하면 난 미친놈니까.
어렸을 적부터 배워온 관성을 무시할 줄 알고,
새로운 걸 도전할 줄 아는 미친놈이니까.
그렇게 96kg 나는 10km 마라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0km는커녕 7km도 겨우 뛴 나에게 설렘을 선사했다.
이젠 나만의 조용한 싸움이 목표가 되었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스스로와 약속을 했다.
그리고 7km 도착 무렵, 난 호흡이 터질 것만 같았지만 다시 호흡이 돌아오는 모습도 봤다.
느꼈다.
그리고 말한다.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