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 못한 10킬로 완주
드디어 내 생애 첫 10km를 달렸다.
뛰러 나갈 땐 하품을 하면서 어색한 추위에 몸을 떨었고, 도전이라고 하기엔 너무 담담했다.
그저 오늘도 조금만 뛰자라는 생각으로 러닝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발이 멈추질 않았다.
오늘 달리기 이후 스케줄도 없다.
5km를 넘기자마자 직감했다.
아. 오늘이다. 할 수 있겠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상하다.
1킬로 늘리는 것도 그렇게 힘이 드는데,
어디서 온 자신감인지.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어디서 터져 나왔는지 대견하다.
1. 휴식이 나를 멈춘 게 아니라 다시 달리게 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지쳐 있었다.
혈압이 오르고, 코피도 났고.
나는 모르지만, 내 몸은 매우 힘들어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쉬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쉼"은 독이든 성배가 아닌 새로운 도약이었다.
몸은 가벼워졌고, 마음은 조용했다.
무리해서 쟁취하는 것보다 잠시 멈추는 게,
잠시 충전하는 게 나에게 더 필요했던 것 같았다.
2. 호흡을 세지 말자. 그 대신 리듬을 느끼자.
예전엔 뛰면서 항상 숫자를 셌다.
"하나, 둘, 들이쉬고, 하나 둘, 내쉬고"
수학의 정석처럼 달리기도 방정식을 적용해서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노래에 몸을 맡긴다.
오늘만큼은 모든 룰은 적용되지 않았다.
이듬이 발을 이끌고, 가시가 호흡을 대신한다.
그러자 들려오는 노래 가사.
시연의 paradise라는 노래에서 암시한다.
open your eyes 긴 밤을 건너 눈앞에 펼쳐질
paradise
어차피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나는 어느 순간 숨이 찰 때마다
소리 내어 노래를 불렀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호흡이 다시 정돈되었다.
달리기는 호흡이 아니라, 리듬이었다.
3. 완벽한 온도, 완벽한 마음.
날씨는 조금 추웠다.
손등이 추워서 아팠다.
하지만 그 차가운 공기가 내 몸의 열을 식혀줬다.
7분 페이스, 일정한 호흡, 멈추지 않는 발걸음.
10km가 끝났을 때도, 호흡은 전혀 가쁘지 않았다.
그냥 평온했다.
더 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4. 남은 과제는 단 하나, 아침에 일어나기
이제 남은 건 단 하나다.
아침에 일어나서 달리는 것
오늘은 10월 22일.
하지만 11월 9일, 내 생애 첫 마라톤이 기다리고 있다.
10km를 이미 한 번 완주했으니, 이제 거리보다 리듬을 유지하는 연습이다.
5에서 6km 싹만 달리며 몸을 익숙하게 만들 예정이다.
그리고 그낭, 아침 공기를 가르며 다시 이 감각을 느낄 것이다.
5. 기록 아닌 감각으로 남는 첫 완주
오늘의 완주는 '기록'리 아니다.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끝까지 생각하지 않았다는 감각.
달리기는 체력이 아니라, 마음의 조율이었다.
나는 오늘 배웠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멈추지 않으면 끝까지 달릴 수 있다는 걸.
6. 마무리
샤워를 마치고 거울 앞에 서니, 믿기지가 않는다.
10킬로미터.
한때는 너무 멀고 험하게만 느껴지던 그 거리를
오늘은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달려냈다.
이제 피곤이 몰려온다.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고요하다.
대단한 성취감이 밀려올 줄 알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렇지 않다.
아마 이것이 진짜 완주의 감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