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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위로

by 유혜진

한 걸음 더 내딛으면 낭떠러지

저 밑으로 깊은 파도가 얼굴까지 찾아와 철썩인다

벼랑 끄트머리 헉헉대는 숨을

뱉어내지도 못하는 나의 목구멍 사이로

비릿한 바다냄새가 올라온다


해안선 너머로 태양이 검붉게 떨어지면

나의 눈동자도 태양 따라 지고야 만다

뺨을 때리고 떠난 파도 방울이

차가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 순간 잠시 따뜻하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 바다의 시작 또 땅의 끝에서

스쳐가는 시간들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고요한 어떤 찰나에 톡, 톡

나의 등 언저리를 톡, 톡

아무 말도 없이

어떤 소리도 없이

고요하게 톡, 톡

아! 바람이구나

괜찮다며 다시 톡, 그렇게 쓱..

바람이 나의 등을 쓰다듬는다


바람의 손이 참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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