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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추었습니다

by 유혜진

11월19일. . 새벽5시40분.

전화 두통이 와있었습니다.

어떤이의 위험상황인걸까.

휴대폰진동소리에 잠에서 깬 나는 다시 그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경찰이었습니다. 그리고. . .

"김00씨 아시지요?"

"네, . .제 어머님인데요"

"김00씨께서 돌아가신것같습니다"

"네? . . 아. . .! 이게 무슨. . ."

그렇게 갑자기. . .어머님께서 우리곁을 떠나셨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 .어머님은 우리와 작별하셨습니다. 인사도 없이, 알림도 없이, 소리도 없이. . .

잔인하기 그지없는 장례식에서

멀리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반가워 눈물과 웃음이 뒤엉킨 얼굴로 나는 온 정신과 영혼을 부여잡고 있었습니다.

두통이 떠나질 않더군요.

장례식은 몇번을 해보아도. . .여전히 모순투성입니다.

차가운 무덤에 어머닐 눕히고, 또 흙으로 덮고 뒤돌아 나왔습니다. 흐느껴우는 남편을 안아주었습니다. 슬프고 짠하여 나도 한참을 울었습니다.

저는 지금. .글을 쓰는 것도, 무언가를 하는것도. .

잠시 멈추었습니다. 정말 필요한 일 외에는. . 해야하는 일 외에는. . 쉬고있습니다.

조금만. . .애도의 시간을 갖고, 쉬어가도 괜찮겠지요.퉁퉁 부은 눈으로 내담자들 마주하는것보다 거울속의 내자신을 마주하는것이 낫겠지요.

매일 어깨를 들썩이는 남편을 안아주는것이 지금은 더 소중한 일이겠지요.

이제 이 땅엔 우리 부모님들은 없습니다. 모두 본향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우리만 남겨진것같아 몹시도 쓸쓸합니다. 다만. . 어머님 바라시던 것들을 조용히 기억해보며 외로워하기보다 좀더 나은 삶을 살아보려합니다. 아직은. . 잘 되진않겠지만요.

잠시. . .글이 올라오지 않더라도. . .

깊고깊은 애도의 터널을 지나고 있으려니. . 생각해주신다면. .

그 자체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것입니다.

슬픔과 소망이 공존하는 애도의 터널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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