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필자국

by 유혜진


흐릿한 연필자국

삶의 구석마다 새겨놓는다

백성의 소리

우리의 아픔을 새겨 넣는다


밤낮 울부짖는 우리 이야기를

기록하고

다시 지우기를 수십 번


사연 많은 세계와 또 다른 세계

눈물의 역사를

상처 난 삶의 고개고개를

어느 누가 들어줄까

어느 누가 읽어줄까 하건만은


그래도 나는

강물 같은 우리네 마음을

쓰디쓴 인생들을

한 움큼 건져 올려

또 다시 깊이 새겨 넣고 있다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된다

나의 희미한 자국은 그렇게

네가 된다

우리가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잠시, 멈추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