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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

by 유혜진

꽃이 필 자리가 아닌데

꽃이 피어났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자신만의 당당한 언어와 몸짓으로

아프고 아픈 그 자리에

기어이 피워내었다


눈물겨운 세상살이

바람 잘 날 없던 하루하루를

견뎌왔던 너의 이름

그 아까운 이름을

나는 말조차 할 수가 없구나


그저 꽃이기에

아름답고

꾹꾹 눌러 핀 너의 뒷자리가

마냥 소중한 것을


저 깊은 우물 밑 공허한 자리에

너라는 존재

꽃을 피웠나니

고단한 대지가 흠뻑 해방이 되었다


네가 살아 온 자리

네가 꿈 꿔온 자리

네가 눈물 흘려 온 자리

너의 온 시간이

천상의 빛이 난다

빛이 되어 그대로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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