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외수의 미소

by 한 올

외수는 약국에 가서 붕대를 샀다. 여유 있게 준비하느라 몇 군데를 더 들려야 했다. 약국에서 그렇게 적은 양의 붕대를 가지고 파는지 몰랐다. 그는 드문드문 있는 약국을 도느라 다리가 조금 아파왔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깟 것쯤 아무래도 괜찮은 일이었다. 아침에 샤워를 했지만 집에 도착하자 한 번 더 샤워를 했다. 집안 청소는 어제 만족스럽게 깨끗이 해 두었다. 이만하면 준비는 다 된 셈이다.

외수는 방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편한 자세로 앉아서 눈을 감았다. 주변의 잡다한 생각은 접기로 했다. 처음 이틀간은 약간의 소금과 물만 조금씩 마셨다. 머릿속은 절에서 들려오는 풍경소리처럼 맑아졌는데 화장실에 들르면 여전히 나오는 것들이 있다. 창자 안에 그 많은 것들을 채우고 다닌 것이다. 셋째 날부터는 완전히 금식에 들어갔기 때문에 거의 누워서 지냈다. 몸의 장기가 하나씩 비워지는 것처럼 가벼워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외수에게는 이제 미미한 힘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옷을 하나씩 벗어서 한쪽에 잘 개켜두었다. 알몸이 되자 옆에 두었던 비닐봉지에서 붕대를 꺼냈다. 붕대를 두 발부터 겹겹이 감기 시작했다. 몸통을 다 감고 머리를 감은 다음 오른팔을 감고 오른손 끝에 붕대를 조금만 남겨두었다. 그 손끝으로 왼팔을 감고 오른 손끝을 마무리하면 되었다. 이제 오른 손끝도 마무리되었다. 고요히 누었다. 이대로 몇 날이 지나면 된다.

외수는 어릴 적 보았던 누에나방이 고치를 뚫고 나오던 오묘한 장면만 떠올렸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러갔는지 그는 느낄 수 없었다. 까만 공간 속에서 황금빛 나비가 금빛 가루를 뿌리며 날아오르고 있다. 그는 미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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