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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제주에서 추억 만들기

[제주 04일] 비자림과 바다수영

by 여행하는 SUN

"할머니 때문에 상균이가 애쓴다."

비자림에서 휠체어를 밀던 상균이에게 엄마가 말씀하셨다.

"무슨 그런 말씀을... 엄마한테도 지금이 좋은 추억이 되겠지만 우리에게도 오래 남을 좋은 추억이에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석균이는 힙시트에, 상균이는 유모차에 앉혀서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야외활동을 했었다.

열 자식이 한부모를 봉양하기 어렵다는 요즘, 우리도 내 자식 키우느라 내 부모 늙어가는 걸 보지 못했다.

그렇게 두 아빠를 먼저 보내 드렸고 두 엄마를 보는 마음이 더 죄송스럽기도 하다.

휠체어로 이동을 하셔야 하는 시엄마는 어디를 나서든 "나 때문에 힘들어서 어쩌니..."라는 말씀을 입으로 내셨다.

"엄마, 애들 유모차 탈 때보다 훨씬 쉬워요. 애들 데리고 다니면 유모차에서 내리겠다고 징징거리고, 내려주면 안으라고 울고, 잠들면 고개 떨어지고, 말도 못 알아듣고... 엄마는 그런 거 하나도 안 하시잖아요."

혹시라도 당신 때문에 힘들까 봐 내내 걱정이신 엄마.

밤에 씻고 침대로 가시며 혼잣말을 하신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못하겠다."

그 말이 오늘따라 더 외롭게 들린다.


아침부터 다 같이 산책 가자 했더니 우리가 너무 늦었다.

6시 반을 넘기니 벌써 해가 떴다.

어른들만 차 타고 해안도로를 달렸다.

월정리까지 갔다가 서핑하는 사람들 구경하고 돌아왔다.

오늘 날씨 심상치 않다. 많이 덥다.


어제 설거지 해 준 상균에게 요리 하나를 알려줬다.

언제고 밥 두 그릇 예약할 수 있는 소시지 야채볶음이다.

아직 칼질이 겁나고 서툴지만 정말 즐거워한다.

어제 저녁에 먹다 남은 광어매운탕이랑 함께 아침식사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제주도가 정말 멋진 관광지인 것은 확실한데 아직 장애인이나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그래도 비자림은 2.2km 정도 산책할 수 있는 코스가 있어서 다 같이 돌아 나오기 좋았다.

군데군데 쉬어가는 구간도 있다.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팀별로 적당한 거리를 두어가며 산책하는 분위기가 좋다.

바람도 많이 불었지만 습하고 후덥지근한 날씨에 돌아 나온 우리는 다들 땀범벅이 되었다.


이런 날엔 당연 밀면이지.

상균이와 남편은 냉밀면 곱빼기로, 엄마랑 석균이랑 나는 비빔면으로. 다~먹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인사리베이커리에 들러 빵도 사 왔다.

하루에 한 번 오전에 빵이 나오다 보니 이미 많이 빠져서 먹고 싶은 빵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일단,

어제 방앗간에서 사 온 미숫가루에 얼음 동동 띄워 한잔씩 마셨다.

와~~~ 완전 맛있다.

1일 1잔의 예감이 든다.

우리는 다 같이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지고(어른들의 낮잠타임) 바다수영을 준비했다.


지난 제주여행의 마지막 수영지가 월정리였는데 이번에 첫 수영지가 되었다.

상균이의 첫 슈트수영이다.

아직 제주에 풍랑주의보가 있어서인지 물이 들어오는 중이라 그런지, 파도가 잘 없는 해변인데도 파도가 제법 높다.

그래도 남자 셋이서 신나게 바다수영 즐기다 돌아왔다.


그동안 엄마랑 나는 '카페 머문'.

입구부터 2층 카페까지 걸리는 곳 없이 휠체어 이동이 가능하다.

입구 엘리베이터도 편하게 갈 수 있고 화장실 이용도 문턱이 없어서 좋다.

다만 별도의 장애인화장실은 없어서 안전 손잡이가 아쉬웠다.


수영을 마치고 나온 남편의 외침.

"치킨!!!!!"

그래도 밥은 집에서 먹는 걸로.

우리의 하나로마트 구좌농협중부지점 제주닭강정에서 닭강정 순한 맛 1, 순살후라이드 2 포장하고 흑돼지 앞다리살 사 와서 묵은지김치찌개를 끓였다.

포장과 집밥의 만남이다.

맥주도 한 잔씩 하며 알찼던 오늘 하루를 칭찬했다.


마지막으로 가정교육타임.

남편이 아이들에게 민화투를 알려줬다.

3대가 함께하는 민화투.

참... 노름이라 하기엔 좀 그렇고,

게임이라 말하기도 좀 그렇지만 제주집에선 할머니와 손주들이 함께 하기에 유쾌해지는 묘한 제주효과.


무심한 듯 고급스킬을 보여주시는 엄마는 역시 우리 집 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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