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05일] 한여름 밤의 취중일기
오전에 성산까지 해안도로를 타고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동네 떡집에서 오메기떡을 사 먹고, 동네 과일가게에서 소쿠리에 담아둔 귤을 사서 까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하나로마트에 들러 돈마호크, 목살, 삼겹살에 된장과 각종야채, 전복 그리고 숯이랑 번개탄, 시원한 맥주까지.
그렇다.
오늘은 마당 있는 자의 특권 '숯불에 고기 굽기'를 할 거였다.
집으로 돌아와 다들 쉬는 시간에 해돋이해안으로 산책을 나왔는데, 오늘은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물이 많이 빠진 해안은 더 평화로워 보였다.
신혼여행을 온듯한 커플은 프로필사진을 찍는 것 같았고 멀리 몇몇은 물놀이를 즐기는 듯했다.
바람은 너무 좋은데 그래도 습한 바람에 몸은 끈적한 느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 볼 때 빼먹은 와사비를 사 왔다.
고기들은 미리 시즈닝 해두고 전복도 손질하고 야채도 다 닦고 불 피울 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원래 7시쯤 시작하려 했는데 5시 반부터 불 피우기 시작했다.
음악을 틀고 마당 전구에 불이 들어오고,
동시에 맥주도 까고 밥도 나오고.
결국 지금 나는 코 고는 신랑 옆에서 취중 일기를 쓰고 있다.
내일 보면 다 고쳐 쓰고 싶어 질지 모르지만 나는 매일 일기를 쓰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