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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의 기억... 보고 싶은 아빠

[제주 08일] 즉흥적이지만 맘에 드는 하루

by 여행하는 SUN

'남들의 표정이나 눈빛으로 내 행복을 결정 짓지 않겠다.'

아침 산책을 나서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행복한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 가겠다고.



6호 태풍 '인파'의 영향으로 바람이 엄청 불고 비도 오락가락했다.

백약이 오름에 가기로 했었지만 오늘 아침은 엄마랑 해변 산책을 가게 됐다.

해안가에 도착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우산 없이 휠체어를 밀고 나간 거라 바닷가 정자 아래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봤다.

비 오는 그냥 이 아침도 나는 너무 행복했다.

엄마는 돌아오는 길가 밭에 콩인지, 녹두인지 관심이 많으시다.

잘 걷지 못해도 밭만 주면 뭐라도 키우실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엄마.

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집 앞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요기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내려올 때는 편했는데 신랑이 오르막길 힘들었다.

그저께 먹고 남은 전복이랑 내장으로 전복죽 끓였다.

내장이 잔뜩 들어가서 고소함이 장난 아니다.

너무 맛있게 먹었다. �


한동스테이에 원래 있던 밥통은 압력솥이 아니라 그런지 밥이 설익은 느낌이 있다.

오래 불려서도 해보고 씻어뒀다가도 해봤는데 잡곡이 섞여서인지 집에서 먹던 느낌이 나질 않았다.

혹시 싶어서 주인아저씨께 물어봤는데 밥통을 바꿔주셨다.

깨끗하게 닦아서 어제 불려둔 쌀로 밥을 해 봤는데 이제 제대로 된다.


점심은 우럭구이정식으로 유명한 구좌맛집 '비자림길'로 갔다.

인터넷에서는 정기휴일이 화요일이라고 했는데 벽에는 수요일이라고 쓰여 있다.

우리는 우럭튀김정식(흑돼지불고기가 함께 나온다)이랑 갈치조림으로 주문했다.

사진보다 음식이 열 배 맛있다.

제주 와서 먹은 음식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여기 단골 될 거다.


여기 구좌까지 와서 살다 가시는데 당근케이크는 먹고 가셔야 한다고 아이들이 말했다.

근처 카페를 찾아보는데 다들 작고 아담하다 보니 휠체어뿐 아니라 몰려 가기도 걱정이 됐다.

월정리 머문 카페는 크기도 큰데 사람도 별로 없고 엘리베이터나 화장실 가는 길도 잘 되어 있어서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가서 서핑하는 사람들 구경하며 차도 마시고 당근 케이크랑 치즈케이크도 먹었다.


일산 가기 전에 수영 한 번 더 한다는 남편.

남편이 아이들만 데리고 나가서 사진은 톡으로 보내온 삿갓조개뿐이다.

파도가 심해서 오래 있지는 않았다고 했다.

대신 추억의 리치망에고 가서 망고주스 먹고, 우리 주스도 하나씩 들고 왔다.

제주닭강정이랑 치킨도 3박스 사 오고 내일 아침 찌개용 돼지 앞다리살도 사 왔다.


한참 저녁을 먹다가 밖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오늘 일몰이 유난히 예쁠 것 같아서 나가보니 역시...

해안도로로 월정리까지 드라이브도 하고 왔다.

친정 아빠 돌아가시기 한 달 전쯤,

병원에서 저녁 먹으러 내려갔다 본 하늘이 오늘처럼 무지 예뻤었다.

아빠는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데 저 노을이 어떻게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있는지..

속상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매일 누군가의 하루가 끝나고,

누군가는 삶이 끝나기도 하고,

해는 지고...

또 해는 뜬다.


"나의 행복한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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