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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잘 살고 있음을 의심하지 마

[제주 10일] "의심하지 마"

by 여행하는 SUN

도쿄 올림픽이 한창이다.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오상욱선수가 5점을 연속으로 내줬을 때 구본길선수가 말했다.

“의심하지 마!”

순간 눈물이 날뻔했다.

오상욱선수는 연속 득점으로 45-26까지 점수를 벌리며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아이들과 밤산책을 할 때였는데 요즘 펜싱을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어서 밖에서 걸으면서도 잠깐 결승전을 실시간으로 들었다.

'의심하지 마'

스스로를 믿으라는 응원의 말이 그렇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멋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우리는 우리에게 응원을 보냈다.

우리 사랑하고 있음을 의심하지 마,

우리 믿음을 의심하지 마,

우리 잘 살고 있음을 의심하지 마!




일찍 일어나면 오름에 오르자고 했는데 석균이나 나나 7시 반이 다 되어 일어났다.

간만에 푹 잔 느낌이다.

요 며칠 쌓인 피로가 묵직하게 나를 누르고 있는데 이렇게 당분간은 잠도 많이 자고 다시 에너지를 쌓아야겠다.

우리는 이제 여행자모드에서 살아보기 모드로 돌아간다.


오전 시간에는 학교공부나 학습지를 정말, 아주정말 간단하게 하고, 그림도 그리고 피아노도 치고 나는 살림도 하고.


날씨가 좋으니 이불들도 하나씩 빨아 널었다.

같은 날 같은 쿠팡에서 주문한 택배는 왜 다른 날 다른 집으로 배달이 되는 건지.

택배 도착 문자를 받고 없어서 애들이 다른 동에 가서 찾아왔다.

파스타 소스 3개가 각자 다른 박스에 하나씩 포장되어 오는 난센스 쿠팡.


낮동안엔 계속 집에 있었고 설거지는 계속 상균이가 하고 그래서 요리도 계속 상균이랑 같이 하고 있다.

주방보조가 있는 것도 좀 편하기도 하다.

순두부찌개는 흑돼지 다져서 고기순두부로 했는데 야채들은 다 상균이가 손질해 줬다.

저녁까지 먹을 만큼 많이 끓였는데 끼에 끝날 줄 몰랐다.

그래서 저녁은 라면을 먹었다.

이것도 상균이가 끓였다.

다음에 일산 올라가면 혼자서도 끓일 수 있을 것 같다.


밥 먹고 또 밤산책.

해맞이해안도로 쪽을 쭉 내려가다 물이 많이 빠진 갯바위가 보여서 한참을 걸어 나갔다.

날씨가 좋아져서 인지 멀리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이 많이 보였다.


계속 엄마 안전을 챙기는 상균이.

하지만...

엄마는 니가 제일 걱정이구나.

왜 이리 뛰어다니니...

하루종일 집에 있다 나와서인지 에너지가 너무 넘친다.


집으로 돌아올 땐 CU에서 우유랑 몽쉘통통을 샀다.

시간 걷다 온 우리를 위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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