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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개해안의 발견

[제주 11일] 각자의 눈 속에 저장

by 여행하는 SUN

"엄마, 어떻게 찍어도 사진이 잘 안 나와요~"

"그렇지. 어떻게 찍어도 눈으로 보는 것처럼 사진 찍기는 어려워. 그러니 많이 봐 둬. 오래 기억해 두고 또 보러 오자."

어떤 여행에서나 느꼈던 아쉬움이다.

내가 보는 걸 그대로 담아 뒀다가 다음에 또 꺼내어 보고 싶은 마음.

어느 책이나 사진, 영상에서도 느낄 수 없는 이 풍경들이 나를 여행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한동스테이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아침 일찍 문을 여는 베이커리 맛집'송당의 아침'이 있다고 해서 집을 나섰는데 목요일 휴무란다.

목요일이 휴무인 집은 정말 간만에 만나서 얼마나 당혹스럽던지.

이미 아침이 늦은 시간이라 맞은편 '뿌리와 열매'라는 샌드위치 가게로 들어갔다.

음...

메뉴가 당근샌드위치, 감자수프.

그냥 집에 가서 먹을걸...

샌드위치 야채는 너무 쓰고 감자수프는 많이 묽은데 느끼하다.

많이 못 먹었다.

오름에 관한 책이 있길래 내가 오르고 싶은 오름들을 사진 찍어 왔다.

왜 많이 남기냐고 묻는 주인아주머니는 너무 친절하셔서 아이들은 그냥 맛있었다고만 말하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은 또 해안도로다.

상균이가 예쁜 사진을 많이 찍어줬다.

사람 없는 시간에 사람 없는 곳으로 다니려니 낮 시간엔 드라이브 아니면 주로 집이다.


점심은 어제 남은 밥으로 김치볶음밥을 했다.

상균이가 야채랑 소시지도 다지고 밥도 잘 볶았다.

계란프라이는 아직 못하겠다는 상균.

뜨거운 기름이 튀는 건 너무 무섭단다.

그냥 안 해 먹겠다고...

나중에 여친 생기면 해주고 싶을 거다.


점심 먹고 잠시 올림픽경기를 응원했다.

일본과의 여자 핸드볼경기를 봤다.

균스형제는 핸드볼경기를 처음 본다.

손으로 하는 축구 같다며 우리 팀이 한 골 넣을 때마다 멋있다며 응원했다.


5시부터 준비해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손질된 딱새우라 비주얼은 칵테일새우랑 다를 게 없지만 식감이 좋다.

마늘이랑 게살도 많이 넣어서 풍미까지 좋다.

진짜 많은 양인데 소스까지 싹싹 긁어 다 먹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덩개해안'이다.

제주도의 흔한 일몰이지만, 여기는 동쪽지역 일몰 중, 내가 본 일몰 중 단연 으뜸이라고 본다.

사람도 아무도 없고 우리끼리 엄청 소리 질렀다.

석균이는 이것도 찍고 또 찍고 더 찍어야 한다고.

집에 있는 남편이랑 영상통화도 하고 해 지고서도 온 하늘이 붉게 물들 때까지 보고 또 봤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스미숫가루 한 잔씩.

내일은 5시에 일어나기로 했는데 내가 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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