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17일] 다른 동네도 가볼까?
"일산 하늘하고 제주 하늘 하고 뭐가 다를까?"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상균이 대답했다.
"엄마, 딱 봐도 다르지 않아요? 한번 보세요. 제주 하늘!"
"아아~ 그렇구나, 딱 제주하늘이구나..."
늘 대충 먹는 것 같은 아침이지만 먹다 보면 거하다.
어제 먹고 남은 치킨은 프라이팬에 데우고 해장국도 우거지랑 국물을 데워서 다른 반찬들과 배부르게 먹었다.
오늘도 아이스미숫가루를 마시며 올림픽 여자배구를 응원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가슴 졸이며 봤는데 이기는 순간 어찌나 소리를 질렀던지.
울고 있는 터기 선수들 보며 급 슬퍼지는 마음은 또 뭐고...
오늘은 친정엄마가 오신다.
아빠 돌아가시고 매번 방학 때마다 길게 친정에 갔었는데 이번엔 엄마를 모셨다.
거리두기 때문에 많이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이미 우리는 내려왔으니 상황에 맞게 잘 지내다 가면 된다.
엄마는 얼마 전까지도 안 오시겠다고 했었는데 며칠 전에 손까지 다치시고 꿰매는 바람에 혼자 식사하시는 것도 힘들다고 그냥 내려오시기로 했다.
언니가 일 끝나고 광주 공항까지 모셔다 드리느라 고생 많았다.
여러 사람 번거로운 거 아닌가 싶지만...
엄마 혼자 계시는 것보다는 여기가 나을 거라 믿는다.
제주에 와서 거의 집 근처에만 있었는데 오늘은 공항 가는 김에 근처 좀 둘러보기로 했다.
우리 빵순이, 빵돌이들을 위해 찾은 베이커리카페 '에스프레소 라운지'.
일단 커피 합격, 빵은 좀 비싼 편이긴 하지만 맛있다.
시간적인 여유도 있고 카페에 사람도 별로 없어서 책도 읽고 원카드도 하고 오래간만에 도시적인 느낌이다.
빵 먹고 나니 매운 게 먹고 싶어서 급 검색을 했다.
근처에 걸어갈 수 있는 떡볶이집이 있었다.
이름참... 응급실 가게 생겼다. '응급실 떡볶이'
맵다.
로제떡볶이도 맵다.
그런데 의외로 상균이가 너무 잘 먹는다.
주먹밥도 로제소스에 비벼먹고, 맵다고 쿨피스 들이마셔도 또 비벼먹는다.
오뎅튀김도 감자튀김 같은 중독성 있다.
너무 맛있고 배부르게 잘 먹었다.
8시 20분에 엄마가 도착하실 예정이라 우리는 알작지 해안도로에서부터 이호태우해변, 도두동 무지개해안도로를 거쳐 용담해안도로 어영공원까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드라이브했다.
어영공원서 해지는 것도 보고 잠시 걸으니 오늘 더위는 끝났다는 걸 느꼈다.
바람도 시원해지고 눈도 시원해지고.
딱 시간 맞춰 도착한 엄마.
지난번 제주살이 때는 아빠도 함께였는데 혼자 걸어오시는 모습이 아무렇지 않게 반가운 척했지만 가슴이 찡 했다.
내일은 다 같이 늦도록 자고 맛있는 거 먹으며 새로운 계획을 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