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7일] 남자들의 세계
다 저녁에 갑자기 비가 많이 내렸다.
아직 물놀이 중인 세 남자들을 데리러 가야 하나 싶어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아니야, 오지 마. 상균이 집개 잃어버려서 찾아보라고 했더니 수영하고 있네. 재미있게 놀고 있어. 우리끼리 걸어갈게. 얘기하며 걷고 싶어."
5시부터 여기저기서 보말이랑 작은 게를 잡다가 7시 반이 넘어 들어온 남자들.
오면서 내일 계획을 짰다고 한다.
고등어를 이용한 꽃게잡이라나...
닭을 이용한 꽃게잡이라나...
"제주도 너무 좋아요, 오늘은 진짜 제주에 온 것 같아요."
석균이가 조금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남자들의 세계에 어울리는 여행을 못했었나 보다.
남편의 창의적이고 일상에 벗어난 놀이들이 아이들을 더 활기차게 한다.
아침 비행기로 엄마가 집으로 가셨다.
울 엄마 잘 꼬셔서 함덕에 있는 '순풍해장국'에서 아침을 먹었다.
남편스타일이긴 했는데...
울 엄마는 동서네 해장국이 더 맛있다고 하셨다.
우리 뭐 한 거니...
집에 있는 해장국은 고스란히 남편과 내 몫이 되고 말았다.
균스형제 아침은 남편표 볶음밥이다.
엄마가 해주는 거랑은 다르게 별난 조합으로 양도 많다.
그래도 맛있게 아주 잘 먹는다.
우리는 복숭아 한 알 까서 먹고 둘이 드라이브하러 나갔다.
비 오는 걸 좋아하는 남편.
김녕해변을 좋아하는 남편.
잠깐 걷고 싶어서 우산을 펼치는데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바로 접고 차만 타고 다녔다.
점심은 우리 몫의 해장국과 제주돼지구이.
아침을 늦게 먹은 아이들이 배부르다고 해서 고기를 조금만 구웠는데...
그럼 그렇지... 너무 잘 먹는다. 처음 먹는 고기처럼.
설거지는 루미큐브로 정하기로 했는데, 내가 완패다.
완전 꼴찌다.
하지만 나의 흑기사 남편이 싱크대 앞에 먼저 가있다.
어디 갔다 이제 온거양~~~ 앙~~
설거지 끝나고 얼마나 피곤한지 자러 들이간 남편.
자다 보니 하루가 아까웠는지 급 뭐라도 잡으러 가자고 한다.
집 앞 카페 근처로 갔다.
카페 앞에 수영도 할 수 있는 해변이 있다.
집에 있는 도구 총 출동해서 남자들의 세계로 들어갔다.
나는 추워서 '인카페온더비치'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 하며 책도 보고 가끔 창밖으로 사진도 찍고.
큰 창 밖에서 남자들이 왔다 갔다 뭔가 분주했다.
파도도 엄청 컸다.
거기에선 만족이 되지 않았는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남자들.
나는 차에 잠시 있다가 밥 하러 먼저 올라왔다.
잠깐 밝은 하늘 사이로 노을이 예쁘게 지고 남편이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다.
물놀이 뒤에는 기름진 게 당겨서 일단 감자전을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와서는 또 고기를 구웠다.
김치도 구웠다.
거기에 해장국까지.
남자들이 잡아온 오늘의 수확물은 일단 정리하기.
보말은 소금 한 스푼 넣어 해감시키고 작은 게 들은 잘 씻어 라면에 넣어 먹었다.
밥 먹고 설거지하기 바쁘게 라면 끓여 먹었다.
계속 먹는다.
게라면 국물은 좋은데 게가 너무 딱딱해서 먹지는 않는 걸로.
남편이 오니 일기 쓸 시간이 또 모자라다.
그래도 배려해주는 남편 덕에 설거지 패스하고 빨래 너는 것도 패스하고 일기 쓸 시간 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