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9일] 광치기해변의 발견
"엄마, 너무 재미있어요."
"엄마, 오늘 너무 좋아요."
파라솔을 칠 때도, 화장실을 찾아 걸을 때도, 걷다가 살짝 비가 내려도...
석균이가 계속 얘기한다.
분명 엄마가 똥 마렵다고 말해도 좋다고 웃을 기세다.
너무 좋아하는 게 티가 나는 것이 오늘도 '행복한 하루'다.
어제저녁에 먹은 거 '복, 붙'사진 아니다.
어제저녁에 먹은 갈치구이가 너무 맛있어서 아침에 또 구운 거다.
만원에 한 바구니짜리 좀 작은 갈치인데 튀김가루 묻혀서 바삭하게 구우니 잔뼈들이 과자처럼 바삭거리며 씹힌다.
어제 광치기해변에 가보고 제주 분위기가 물씬 난다며 오늘은 하루종일 놀겠다고 얘기했던 남편.
정말 다 챙겨서 나왔다.
일단 좀 걸어보려 해안공원 산책로를 따라 스타벅스까지 가서 커피를 사 왔다.
파라솔도 치고 캠핑의자도 꺼내고, 책도 꺼내고 간식들도 꺼내고.
바람도 불고 파도 소리도 시원하게 느껴져서 책 읽기에 딱이었다.
한 시간도 넘게 그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어디 가서 점심을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배달을 시켜볼까도 했는데 여기가 어디라고 말하기도 힘들었다.
차를 타고 1분 거리에 중화요리 전문점 '성산짬뽕'이 있어서 포장주문 하고 남편이랑 상균이가 찾아왔다.
밖에서 먹는 짜장면, 너무 맛있다.
"너네 엄마, 표정 좀 봐라 짜장면에 진심이다!"
남편 눈에 다 보이나 보다.
좀 늦은 점심이라 그런지 다들 진짜 맛있게 먹었다.
물이 제법 들어오니 남편은 수영을 하겠다고 한다.
상균이도 같이 놀고 싶을 텐데 어제 입은 부상으로 물속엔 못 들어간다.
상균이는 검은 모래들을 헤집고 다니다 벌러덩 누워있기도 하고,
그러다 엄마나 아빠가 뭐가 필요하다 싶으면 조용히 가져다 내미는 츤데레 모습까지 보여준다.
석균이는 진득하니 책을 읽다가 파도도 느끼다가 엄마 껌딱지도 되었다... 했다.
화장실을 찾아 나섰는데 근처에 없어서 스타벅스까지 걸어갔다.
석균이는 음료하나 획득이다.
수영하다가 보말도 잡다가 스노클링 하는 남편.
오늘 진정한 제주를 느꼈다며 좋아한다.
오늘의 한 장면, 한 장면들이 오래 기억에 남을 거라고 한다.
저녁엔 고기를 굽자며 하나로마트에 들렀는데 닭강정에 감자튀김도 사들고 나왔다.
넙덕빌레에서 바다 보며 먹고 가기.
광치기해변에서 마시려고 캔맥주를 챙겨 왔었는데 이렇게 유용하게 쓰이다니...
분명 우린 배가 불렀었는데 집에 오자마자 씻고 정리하고 고기 굽고, 떡볶이까지 해서 저녁을 마쳤다.
오늘은 특별히 석균이가 설거지를 했다.
상균이는 청소기를 밀고 남편은 수건을 정리하고...
나는 바다놀이 뒷설거지.
내일 아침에 남편이 출근한다.
이번에 내려와 있는 동안 남편이 설거지를 거의 다 해 줘서 내가 살림하기 얼마나 수월했는지 모른다.
아이들과도 너무 잘 지내주는 남편이다.
코로나가 계속 심해지는 시점이라 걱정도 되지만 또 잘 지내다 기쁘게 우리를 만나러 올 것이다.
다음에 올 때는 두 번째 제주집으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