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30일] 맑은 날엔 밖으로 나가자
생각해 보면 나는 늘 최선의 선택을 했었다.
지난날 후회되는 상황들도 아마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때 했던 선택을 또 하게 될 거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 믿었으니까.
그러니 우리,
후회 말고 살자.
우리는 지금도 최선의 인생을 살고 있으니까.
제주에서 일산으로 이른 출근을 하는 남편을 공항까지 데려다주고 왔는데도 아이들이 자고 있다.
오는 길에 너무 졸려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도 그냥 더 잤다.
일어나 보니 8시 반.
늦게 일어난 김에 '송당의 아침'에서 빵을 먹기로 했다.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다.
도착하니 따끈따끈한 새 빵들이 하나씩 채워지고 있었다.
나는 커피에, 아이들은 우유에 빵을 하나씩 골라 먹었다.
소보로팥빵이 내 취향이다.
석균이는 제주에 와서 먹은 빵 중에 제일 맛있었다고 한다.
또 오자는 거지.
송당 주변으로 오름들이 많아서 올랐다 가고 싶은데 오늘 상균이 컨디션이 별로라고 한다.
상처 부위가 집에서 가지고 온 비상약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사이즈라 그냥 구좌보건지소로 갔다.
다리에 진물이 나는 듯해서 갔는데 꼼꼼하게 소독해 주시고 메디폼도 붙여 주셨다.
2~3일에 한번 소독하면 좋을 것 같다 하신다.
역시 900원에 진료 잘 받았다.
평소보다 힘이 안 나고 관절들도 아프다고 해서 타이레놀 하나 먹고 집에서 좀 쉬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와 오전 학습하고 영어 단어도 외우고... 하다 보니 또 점심시간이다.
하나로마트에서 사 왔던 떡갈비중에 소고기 두 장 굽고 콩나물 볶아서 점심식사를 했다.
콩나물은 볶고 나서 바로가 제일 맛있다.
덕분에 나도 밥 더 먹었다.
아이들도 두 그릇씩 밥 먹기.
그리고 또 쉬기.
며칠 만에 날씨가 너무 맑다.
파란 하늘이 오늘은 자꾸 나와야 할 것 같다고 창밖에서 말하는 것 같다.
상균이 컨디션 좀 좋아졌냐 물으니 나갈 수 있단다.
급하게 입장마감시간 거의 맞춰서 '김녕미로공원'으로 가기로 했다.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김녕미로공원'의 하절기 입장 마감시간은 5시이다.
우리는 4시 40분쯤 도착했는데 거의 마지막 타임이다.
5년 전에 한달살이 할 때 애월에서 동쪽까지 멀리 와서 만장굴이랑 미로공원을 들러 월정리해변 쪽을 지나 돌아갔었던 기억이 있다.
해맑았던 5년 전 석균이 사진도 찾아봤다.
마스크도 없이 놀았던 그때가 그리웠다.
그때도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재미있게 뛰었었는데, 오늘도 너무 재미있다.
다 큰 아들들이 스탬프 찍는다고 출구 찾았다가 다시 내려가서 뒤죽박죽 뛰어다닌다.
돌다가 만나면 서로 인사하고 나중에 스탬프 있는 곳 조언도 해준다.
다들 하나씩 다 못 찍고 폐장시간 다 되어 억지로 나왔다.
끝내 아쉬워서 입구 쪽 게임존에서 고무줄 튕겨서 하는 게임이랑 탱탱볼 농구게임도 했다.
상균이 노는 거 보니 컨디션 다 돌아왔다.
우리가 제일 늦게 나왔다.
차 시동 거니 마지막 직원이 퇴근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렸더니 시원한 게 먹고 싶었다.
하나로마트 갈 때마다 봤던 메밀소바집 '온정메밀'로 갔다.
흑돼지연탄불고기는 안 한다 그래서 냉모밀이랑 흑돼지돈가스를 주문했다.
비주얼보다 맛이 괜찮다.
밥이 모자라서 공깃밥을 하나 추가했는데 "밥 많이 주세요" 했더니 세상에 공깃밥을 고봉밥으로 주신다.
완전 매력 쩐다.
이런 음식점 정말 칭찬한다.
열무김치가 맛있어서 나도 밥 먹는 거 거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딱 해가 지기 시작했다.
집 근처 해변에서 해가 동그랗게 똑 떨어지는 걸 봤다.
너무 예쁜데 저 옆으로 달도 밝아있다.
석균이가 달사진도 찍어놨다.
천체망원경 부럽지 않다.
정말 잘 찍었군.
내일 아침도 맑다면 좀 일찍 나서서 오름에 올라야겠다.
지미봉에 가볼까?
높은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