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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SUN Feb 02. 2023

나누는 즐거움

치앙마이 살아보기 31일

무언가가 많이 들어간 스크램블과 나나베이커리 크로와상만으로도 치앙마이 맛집 포스가 나는 아침이다.

테스코애서 사온 요플레에 시리얼을 함께했다.

어제 늦도록 놀아서 인지 비가 계속 내려서인지 몸이 쳐졌다.

상균이는 식곤증이라며 좀 자라고 했는데 정말 잠이 들어 버렸다.

일어나 보니 10시가 넘었다.


오늘도 상균이는 책 한 권만 읽고 오겠다며 도서관에 가자고 한다.

지금 바로 가기엔 점심시간이 걸릴 듯해서 아예 점심 먹고 가기로 했다.

인터넷이 내일로 딱 한 달이라 유심탑업하러 마야몰에 가야 해서 간 김에 점심도 먹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카레에 오믈렛에 돈가스에... 우리 좋아하는 것만 몰아놓은 가게를 발견했다.

코코이치방이다.

체인점인 것 같은데 10주년 기념행사로 뽑기 같은 걸 했다.

석균이가 20% 할인 쿠폰을 뽑아서 133밧 할인받았다.

정말 맛있게 먹은 우리의 밥상은 뭘 먹었는지 모를 빈 접시만 남았다.

부끄럽지만 기념사진도 한 장 남겨 본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화구 파는 가게 발견했다.

이석균 눈 돌아간다.

아크릴 물감이며, 밥아저씨가 쓰는 커다란 붓이랑, 마카도 가지고 싶다고 한다.

진정시켜서 들고 나온 건 미니어처 자동차.

상균이랑 건담월드를 만드는데 쓸거라 했다.

오늘 저녁에 열심히 가지고 놀게 될 줄은 몰랐었을 거다.


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미친 듯이 비가 내렸다.

의자 쪽으로 바람에 빗물이 튈 정도라 창문을 닫은 곳도 있다.

끝나는 5시까지 책을 읽었지만 약 2/3 정도 읽은 듯하다.

또 와야 된다.

그동안 석균이는 그림 그리기.

오늘은 망고랑 망고스틴을 그리겠다고 했는데 참 맛있게도 그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탄닌시장에서 망고랑 크레페를 사 왔다.

요 며칠 망고값이 조금 올랐다.

크레페는 오래 기다려서 샀는데 만드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맛도 좋아서 우린 자주 사 먹어야겠다.

안에 들어간 마시멜로를 닮은 저 크림도 많이 달지 않고 부드러워서 좋았다.


콘도 수영장에 나와있던 지인들이랑 나눠먹기 딱 좋았다.

린이 리액션을 잘해줘서 나눠주는 기쁨이 배가 됐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이들은 수영을 하고 나는 후다닥 저녁을 차렸다.

반찬 몇 개 없어도 늘 즐거운 식사시간이다.

오늘은 상균이가 밥 한 공기 더를 외쳤다.

"원 모어 플리즈"


균스형제는 지금 그랩카 놀이 중이다.

아까 화방에서 사 온 미니어처 자동차는 그랩이 되고

방콕 지도를 펼쳐놓고 그랩 기사 프로필도 그려가며 키득키득 잘도 논다.

저 웃음소리가 너무너무 듣기 좋다.

나에게 밝은 에너지가 쏟아지는 느낌도 든다.


예전에 제주살이를 마칠 때 아고집(제주서 살았던 숙소이름)이 아쉬워서 뒤에 오는 투숙객에게 '아고집 사용설명서'를 남겨둔 적이 있다.

별건 아니지만 좋았던 거랑 불편했던 거,

주인언니한테 어떻게 도움을 청하면 되는지, 

아침에 마시기 좋았던 커피랑 혹시 아이랑 같이 올까 봐 아이를 위한 아이스티랑 장난감 조금.


오늘 내가 그 보답을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가족이 우리에게 남긴 '치앙마이 설명서'같은.

생활하다 남은 물이랑 김이랑 라면, 

치앙마이에서 아이들과 특히 즐거웠던 포인트 몇 곳은 구글맵에 사진까지 톡으로 보내주셨다.

사람 마음은 다들 너무 비슷하구나 싶다.

나누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줄 아는 사람.

나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배워지는 뭔가를 보여줘서 뿌듯한 하루다.

또 치앙마이를 여행하게 될 어떤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아름답고 행복한 우리의 일상을 기억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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