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체력 엄마와 뚜벅이 여행 / 2일

천천히 보아야 보여지는 것들

by 여행하는 SUN


'뚜벅이 하는 동안에는 근처 맛집만 찾아다니자'

그래서 무려 오키나와까지 왔지만 바다는 비행기에서 봤던 게 거의 다인 이틀째이다.

6시 반쯤 남편이 전화를 했었나 보다.

당연히 못 받았다.

잠자리 바뀌면 잘 못 자는 나인데 어제는 편안한 침구 덕분인지 너무 피곤해서인지 아침까지 한 번을 깨지 않고 잘 잤다.

눈뜨니 7시 20분이다.

아이들도 깨우기 싫을 만큼 너무 잘 자고 있었다.

양쪽 옆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 손을 잡고 살살 비벼주니 하나 둘 일어났다. 기분 좋은 아침이다.

영어 단어시험을 보고 집 앞 로손에서 요구르트와 가라아게를 사서 먹으며 맛집으로 출발했다.

"오키나와에서 제일 맛있게 먹은 게 뭐예요?"

라고 물으면 의외로 오니기리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아침 대용으로 하려고 오니기리 맛집으로 걸어 나왔다.

아침 7시에 오픈한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줄이 길지는 않았지만 조리시간이 짧은 편이 아니라 그런지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는 길었다.

앞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은 있었지만..,

우리는 근처 공원으로 올라갔다.

꼭 전망대 같다.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랑 다르게 대만이나 동남아 분위기가 섞여 있다.

오늘 아침은 분위기 끝판왕이다.

시원한 바람맞으며 군데군데 만개한 벚꽃을 보며 아침식사 끝.

우리가 먹는 것에 대한 점수가 짠 편은 아니지만 오키나와 최고 음식이라고는 못하겠다.

너무나 상상 가능한 맛이라 그런지,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또 먹으려고 줄을 서진 않을 거다.

내려오니 또 국제거리네.

아무래도 관광지다 보니 맛집들이 많이 몰려있기는 하다.

근처 맛집들을 많이 가게 되겠지만 동네 근처도 많이 다녀보려 한다.

날씨가 너무 좋다.

출발 전날 하루 종일 비가 왔다고 해서 우산도 하나 챙겨 왔는데 양산이 되었다.

우리는 뚜벅이 여행을 즐기기 위해 유이레일을 타기로 했다.

내가 아는 곳은 슈리성이 전부라 일단은 슈리성으로 가는 레일표를 샀다.

레일이 지상이라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다. 정거장도 몇 개 되지 않아서 방향만 잘 확인하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슈리역에서 내려 걷다 보니 성 외곽 쪽을 걸을 수 있는 코스가 있었다.

예전에 렌터카로 왔을 때는 몰랐던 새로운 곳들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는 게 또 뚜벅이의 매력이 아닐까.

다른 관광객들은 그냥 지도만 보고 슈리성 입구로 가는 것 같았다.

성 외곽길을 걷는데 상균이가 성곽 돌에 대해 설명한다.

육각형모양 돌로 쌓아졌는데 모서리를 보면 얼마나 정교하게 쌓은 성인지 알 수 있다고...

나한테는 아직 애기애기 하지만 잡학다식하다. ㅎㅎ

무슨 주제든 말이 나오면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참 새롭고 좋다.

물론 모르는 것도 많다.

슈리성 외곽을 돌며 류큐왕국의 이야기들을 몇 가지 들려줬다.

중국과 일본의 이중국적을 가졌을 때나 지금은 일본이지만 그전에 겪었던 힘들었던 시대들의 이야기.

슈리성은 2019년 10월에 불이 나서 지금은 공사 중이다.

그래서 내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 쪽에서 전망대까지 올라 걷고 내려오면서 분위기가 좋은 동네를 또 걸었다.

그 가파른 돌길을 자전거를 타고, 들고 걸으며 여행하는 무리를 봤는데 정말 존경스러웠다. 체력 짱이다.

우리는 벌써 만보 넘게 걸으면서 슬슬 내 체력은 바닥나고 있었다.

다시 슈리역으로 걷다가 맛있는 냄새에 끌려 들어간 카레집.

'어디서 봤는데...' 생각했는데 점찍어뒀던 맛집이다.

운명의 이끌림. 캬~~ 너무 좋다.

치킨카레랑 포크카레를 시켜서 싹싹 긁어먹었다.

돌아올 때는 우리 집 근처 역인 미에바시역에서 내렸다.

집에 들러 책을 들고나가자고 했는데 내가 뻗어버렸다.

잠시 쉬어 가기로 하고 아이들은 저녁맛집을 고르기로 했다.

내가 자는 사이 라멘집을 찾아놨다.

외국인들에게 평점이 별로라 살짝 걱정된다는 상균이.

"엄마가 그 평점을 볼 때, 일단 맛은 좋았다고 했잖아? 뭔가 직원들과 트러블이 있었던 거 같은데, 엄마는 자신 있어. 가서 내가 친절하고 예의 바르면 보통 상대방도 우리를 그렇게 대해주려고 하거든. 거기 가보자~"

아직 이른 저녁타임이라 그런지 대기해서 먹는다는 집이지만 홀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식권을 주방에 주면 다시 우리에게 맞는 맵기나 면의 굵기, 국물의 농도 등을 체크할 수 있는 주문표를 준다.

한국어설명서가 있어서 쉽게 체크했다.

"이타다끼마스"

완! 식!

여기 또 오고 싶단다. 아빠 오면 또 올 것 같다.

국물하나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하루종일 걸었어도 커피 한 잔을 못 마신 엄마를 위해 스타벅스.

사실 동네 커피숍에서 책 보며 마시고 싶었는데 책을 안 가지고 나와서 내가 차 마시는 동안 아이들은 국제거리를 또 돌아다닐 거라 했다.

커피랑 조각케이크 먹고 또 걷고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아프다.

머리가 계속 아파서 타이레놀 두 알 먹고 속이 울렁거려서 소화제도 하나 먹었는데 결국 다 토하고 일찍 자기로 했다.

나는 틈틈이 읽었던 책의 감상평을 올리고 먼저 잠들었고 아이들도 책 읽고 단톡에 올리고 잠들었다.

(일기는 다음날 오전에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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