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가정식 맛집 / 9일

춥고 바람부는 날엔 류큐온천

by 여행하는 SUN

"우리는 매일 갈 곳도 먹는 것도 진짜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온천을 하고 팬케이크를 먹으며 석균이가 말했다.

'아가, 그건 엄마의 피나는 써치에서 나온 결과물이란다. 결코 운 만으로 되는 게 아니란다.'


고작 3분 거리 식당엘 차를 가지고 나섰다.

밥 먹고 바로 드라이브를 나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식당이 10시 오픈이라 배고픈 거 참고 영어 단어시험 다 보고 씻고 책도 들고 나왔다.

식당은 일본 가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현지분들이 많이 오는 곳이지만 주변에 호텔들이 많아서 외국인들도 오는 것 같다. 한국어 메뉴판은 없지만 영어는 있다.

인기메뉴에 짬뽕이 있는데 아마 다 섞였다는 의미의 짬뽕이 아닌가 싶다.

돼지고기와 야채, 계란을 넣은 덮밥이다.

나는 돼지고기와 두부, 가지를 넣어 볶은 요리를 시켰고 혹시 몰라 아이들 입에 호불호 없는 카츠카레도 하나 주문했다.

모든 음식이 간이 과하지 않고 우리 입에 잘 맞았다.

밥 양도 많아서 합격이다. 나는 가지볶음 먹으러 다시 오고 싶다.


오늘도 어제만큼 춥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어딜 돌아다니는 게 가능할까 싶다.

일단 남부 쪽으로 빙 돌아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제일 먼저 들를 곳은 세나가 섬이다.

여기 팬케이크가 유명한 곳이 있어서 빵 좋아하는 우리는 팬케이크에 커피 한 잔 하고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세나가지마호텔 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으려니 바람이 너무 많이 분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날에는 온천이 딱인데...

나는 류큐온천에 와 본 적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알고 있다.

남녀공용탕이 없어서 아이들끼리만 들여보내기가 걱정이 됐는데 아이들이 나서서 온천을 하자고 했다.

사실 뭐 딱히 어려운 건 없고 사우나도 다녀보고 수영장도 다녀봐서 어려울 게 없기는 하다.

가방에는 선크림이 다였지만 웬만한 건 욕장 안에 다 있다.

혹시 몰라 비상금 1000엔 쥐어주고 오후 3시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나는 2시간 정도만 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아침도 늦게 먹었으니 3시까지는 있어야겠다고 했다.

평일 낮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적당히 씻고 노천에서 온천을 즐기며 비행기 착륙하는 것도 보고 윈드서핑하는 것도 구경하며 완벽한 힐링의 시간이었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머리에 쓰고 나간 수건이 날아갈 정도였지만 뜨끈한 물에 온몸을 담그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나와서는 우유 한 병씩. 찰떡궁합이다.


나오니 배가 출출하긴 하다.

원래 먹기로 했던 팬케이크 먹으러 걸어 내려갔는데 주변이 예쁘긴 하다.

바람이 너무 불어서 사진은 많이 안 찍었지만 맑은 날 오면 눈이 부실 만큼 온통 하얀색이다.

웨이티잉 짧게 있었지만 주변 구경하느라 금방 지나갔다.

팬케이크 맛있다.

우리 아침식사보다 비싸긴 했지만 또 이런 곳에 왔으니 좀 핫하고 예쁘다는 것도 먹어줘야지.

4시가 넘어가니 미바루해변까지 가도 될지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드라이브라고 생각하고 여차하면 저녁 먹고 돌아오기로 했다.


안 왔으면 어쩔 뻔.

여기 너무 좋다.

서쪽바다랑 다르게 바람도 없고 흐린 탓인지 사람도 없다.

이쪽은 구름도 많지 않아서 더더 예뻤다.

다들 사진 찍느라 정신없었다.

해변끝쪽에 주차하고 해변 안쪽으로 반대편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올 때는 마을길로 주차장까지 걸었다.

바닷길도 좋았지만 마을길도 좋았다.

대문 앞 시샤들도 각양각색이라 그 표정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찬바람 탓인지 오랜만에 길게 차를 타서 멀미를 하는 것인지 석균이가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해가 지고 집에 도착하니 주변 코인주차장들도 만차가 많았다.

3번째 들른 주차장에 주차하고 석균이 타이레놀 한 알 먹여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어제 야끼도리가게에서 볶음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꽉 찼다.

역시 동네 맛집이었다.

어쩔 수 없지만 우동집으로.

벌써 3번째 방문이다. 오늘은 상균이의 자루우동은 곱빼기로 시켰다.

나는 계란우동에 밥 한 그릇 추가해서 밥 말아먹었다.


차가 없을 때는 '아, 이런 게 뚜벅이의 매력이었지...' 했는데 차가 있으니 놀이의 무대가 넓어진다.

내일은 남편이랑 만난 지 21년째 되는 날이고 석균이의 생일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남편 없는 기념일을 보내야 하는데 뭘 해야 또 기억에 오래 남을지...

일단 맛있는 케이크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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