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접니다.
자격지심이라고 할까요? 나는 나에 대해 자신이 없었어요.
어렸을 때 엄마 아빠가 싸우는 걸 자주 봤고. 엄마 귀에서 피가 났어요. 엄마가 맞았거든요.
어디서도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나무에 달린 감처럼 주렁주렁 달려서요. 그걸 품고 사는 게 힘들었어요.
어른이 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들이 다른 모양으로 날카롭게 삐져나오더라고요.
사랑하는 사람이랑, 소중한 사람한테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걸 어린 나는 배우지 못했다 생각했어요.
사람들이랑 이야기할 때 눈 마주치는 것도 힘들고 어려운걸요. 아직.
캐나다 섬마을에서 3년 정도 살았는데요. 그때 동네 아주머니랑 할미들이 나를 잘해줬었어요.
촌스러운 나는 그 마음들을 어쩌지고 못하고 멀뚱히 서 있었거든요. 손해 보고 살고 싶지 않았어요. 나만 생각하고
나만 잘 살고 싶었는데요. 마음먹은 것들이 마음처럼 안되더라고요.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요. 오랫동안.
마음에 한 개고 두 개고 꽁꽁 매듭진 것들이 너무 많아서 나는 내가 안될 거라고 했고 그걸 누구 탓으로 돌렸어요.
내가 잘 살지 못하는 게, 마음이 아픈 어른이 된 게 누구 탓이라고 해야. 내가 편해진다고 생각했어요. 이기적이죠.
캐나다 와서 혼자서 직장도 구하고요. 살 곳도 구했어요. 혼자서. 나 혼자서요. 사기도 당하고 경찰서도 갔는데.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꽤 많더라고요. 영어도 알고 보니 자신감이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당당해지려고 해요.
내 발목을 잡아끄는 물귀신 같은 기억들이 껌딱지같이 들러붙어도. 나는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많은 사람이고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 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내가 나를 인정해 주기로 했어요. 내가 나를 인정해 주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해도 괜찮더라고요.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니까. 나만 나를 인정해 주면 되니까요. 잘하고 있다고 나에게 칭찬하면서 살려고요.
우리 그렇게 살아요. 우리 자신에게. 너무 오래 아팠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