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똥꼬는 안녕하십니까?

캐나다에서 똥꼬의 안부를 묻다.

by 캐나다 부자엄마

집을 샀다. 캐나다에서.


목표가 집이었다. 반지하를 거쳐 거실에서 커튼을 치고 살았다. 커튼이 짧아 내 공간은 다 가려지지도 않았다. 거실에서 2년 넘게 살다 나는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졌다.


예전 아빠가 즐겨보던 6백만 불의 사나이에 나오는 그 여자 이름이 쏘머즈였었나? 멀리서 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능력? 나는 거실생활 2년 반 만에 소머즈귀를 갖게 되었다.


브래지어를 벗을 때도 팬티를 갈아입을 때도 혹시라도 누가 거실에 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급하게 서두르다 어떤 날은 팬티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무릎을 세게 땅에 박았다. 곧 푸르뎅뎅한 피멍이 들었다.


집을 사고 싶었다. 똥 싸고 싶을 때 맘대로 싸고 브래지어를 훌렁훌렁 벗을 수 있는 내 집. 거머리처럼 돈에 들러붙어 돈만 벌었다. 어차피 나는 돈 벌러 온 외국인 노동자였으니 온몸을 갈아 돈을 벌었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집에 1시가 넘어 들어왔다. 별을 보고 나가 달을 보고 들어왔다. 가난하면 똥꾸멍이 찢어진다고 했던가? 아니 그 말을 틀렸다.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하다 정말 똥꾸멍이 찢어져 버렸다.

아프다는 말도 못 했다. 아니 영어로 똥꼬가 뭐야? 무슨 홀 아닌가? 몰라. 그냥 놔두면 낫겠지. 그렇게 모은 돈이다. 그 돈으로 집을 샀다. 밴쿠버에.


내 집이 있다는 건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일이다. 집을 사고 나서는 한 번도 팬티에 발이 걸려 넘어진 적이 없었다.


그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영구임대주택에서 살던 내가 캐나다 와서 취업사기 당하고 거실에서 살고 반지하에서 살았던 그런 일들.

백인한테 성추행도 당하고 경찰서도 가고 뭐 의지할 가족은 없고 세상에게 x이나 까라고 외쳤던 내가. 사람이 되는 과정을 쓰고 싶다.


바닥이 있었던가? 나는 몇 번이고 바닥을 치고 땅을 팠다. 삽질도 했다. 삶이 그랬다. 운은 지지리 없고 복도 없다. 그게 나라고 생각했다. 원망하고 저주를 퍼부었다. 지옥은 내가 만든 거다. 내 맘이. 세상은 늘 그대로였다. 지옥도 천국도 아니었는데. 나 혼자 덩기덕 쿵더덕 자진모리장단에 지랄을 한 거다.


집을 사고 알았다. 돈도 어느 정도 모였을 때쯤 망나니처럼 길길이 날뛰던 미친 마음도 잔잔해졌다. 돈이 좋네. 지옥은 내가 만든 거다. 나 가난해요. 나 억울해요. 나 마음이 아픈 애예요. 징징거려 봤자. 변하는 건 없다. 나를 바꿀 수 있는 건 나였고 나를 망칠 수 있는 것도 나였다. 나는 그게 집안 탓, 환경 탓이라고 생각했다.


목표는 집이 아니다. 돈은 좋다. 글도 쓰고 책도 내고 싶다. 한국에 가서 내 이야기도 하고 싶고 족발도 먹고 싶다. 가난해서 안되고 지방대 나와서 안되고 부모가 능력이 안 돼서 안되고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들한테, 기죽이는 사람들 때문에 속상해할 나 같은 사람들에게 내 똥꼬 찢어진 얘기 하면서 팬티에 걸려 넘어진 얘기 하면서 잘 될 거라고, 다 된다고 희망해주고 싶다. 한국이 아니면 캐나다로 가라고 세상은 넓으니까. 지금 하는 고민들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마지막으로 내 똥꼬는 이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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