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 아빠.
아빠가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얼마 안 되던 돈들이 수채구멍 속 소용돌이치는 물처럼 빠져나가는 날. 아니 전생에 무슨 죄를 졌길래. 왜 우리는 또 이런 일을 겪냐고 가슴을 치고 울부짖던 날이 있었다. 끝이라고 생각한 나쁜 일들 앞에서. 살아가면서 내가 어찌할 수 없던 크고 작은 일들에 나는 한동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찧었다.
살다 보면 정말 별별일이 일어난다. 말도 안 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내가 운이 없어서 내가 재수 붙은 애라서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그건 아빠도 나도 어쩔 수 없던 일이었고 그것들이 지나가고 가면 아빠도 나도 전보다는 단단해져 있을 거라고.
어떤 문제들이 생겼을 때.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못나서 그런 걸까? 그렇게 모든 문제를 내 안에서 찾지 않기로 했어. 아파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면서 사는 거겠지. 그러다가 또 살아갈 힘을 내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