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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오늘만 살기.

한국에서도.

by 캐나다 부자엄마

미래를 당겨 살았다.


학교 졸업하면, 취직하면, 월급 나오면. 난 항상 먼 미래의 행복을 당겨 살았다. 조금만 더 하면, 이것만 더 하면 나중엔 더 잘 살 수 있을 거야. 난 행복을 다람쥐가 숨겨놓은 도토리처럼 하나씩 쓰지 않고 모았으니까.


한국에선 내가 왜 행복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친구들도 더 많았고 맛있는 음식도 더 많았는데 난 늘 우울을 녹차 티백처럼 달고 살았는가에 관해.


나중은 없는 거였다. 그 언제라는 건. 더더욱 오지 않는 거였다. 행복은 아이스크림 같은 거였거든. 놔두면 녹아서 없어지는 아이스크림 같은 거.


오늘을 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꽉 차게 하루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출근 전 커피숍에서 5불짜리 아메리카노를 시키면서 뭔지 모를 짜릿한 맘도 들었다.


저녁에는 한인마트에 들러 순댓국을 사야겠다. 펄펄 끓여서 입천장이 다 까지도록 뜨겁게 해서 먹어야지. 한여름 아스팔트 위 아지랑이 같은 삶이었다. 그게 내 미래였고. 그래서 늘 쫓기듯 행복을 저당 잡혀 살았다. 그냥 오늘만 꽉 채워 살면 되는 거였는데. 오늘만 살고 또 오늘만 살고 좋아하는 것들을 아끼지 말고 그렇게 또 오늘을 살면. 불안한 마음 같은 거에겐 신경 쓸 여유가 없을 테니까.


일단 오늘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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