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이어 붙이기. 지우개 띄 붙이기. 유리공장. 계란공장. 박스공장. 설날 추석 선물세트 알바. 롯데월드. 롯데월드 민속촌. 어린이집. 영어 유치원. 스타벅스. YMCA. 루츠. 대학교 매점. 할리스. 한식당 설거지. 전단지 돌리기. 쌀국숫집. 캔모아. 아동복 팔기. 건물 청소. 애 봐주기. 반찬 만들기. 내가 지금 까지 했던 일들. 돈 되는 일은 가리지 않고 해 봤어. 울 엄마가 생활력이 좋았거든. 엄마가 공장일 할 때 나도 따라갔어. 몸을 써야지 돈이 벌린다고 믿었어. 엄마 때문에. 엄마 덕분에.
계란공장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닭똥냄새에 절여져서 쪽팔렸거든. 내가 그때 스물한두 살인가 그랬는데. 뭐 하는 짓인가. 친구들은 예쁘게 피어나는 꽃 같았고 나는 파리지옥 같았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라 생각했거든. 버려지는 시간이라 생각했어. 계란에 묻은 닭똥 닦는 일들이.
덕분에 캐나다 와서도 무엇이든 했어. 못나도 되고 못해도 되고 멋있지 않아도 되니까 결국 뭐라도 하는 게 중요하더라. 버려지는 경험은 없어. 삽질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더라. 뭐든지 하면 정말 뭐라도 되더라. 그러니까 지금 하는 모든 것들 다 의미가 있다고. 쓸모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