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국숫집에서 아르바이트했었거든.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갈 때까지 시간이 있었어. 그 틈에 한 거였거든. 서현역에 있던 건데. 서현역에서 용인집까지 가는 버스를 못 타겠는 거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꼬릿꼬릿한 쌀국수 육수냄새가 다 배어서.
좀 걸으면 냄새가 빠질까 싶어서 걷다 보니까 신현리까지 걸어갔어. 불안했거든. 지방대를 턱걸이로 가는 게 맞나.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과인데. 사실 나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랐어.
몇 시간을 걸었는지도 몰라. 그냥 앞만 보고 걸었어. 그땐 가로등도 드문드문 있던 때라. 무섭다기 보단 막막했어. 이게 맞나. 이게 맞니? 뒤쳐지는 느낌. 아 모르겠다. 잘되려고 대학을 가는 건데. 나는 내 점수에 맞는 학교를 꾸역꾸역 꾸겨넣었거든. 방황했던 거야. 진심이었으니까. 나는 정말 잘 되고 싶었거든. 밴쿠버에 쌀국숫집이 많거든. 그 냄새를 맡을 때마다 그때 생각 나. 잘 살아보려고 했던 19살 내가. 그때 나에게 말해주고 싶어. 잘될 거라고. 네가 했던 모든 것들이 헛되지 않았다고.
멀리 빙 돌아왔지만 느려도 괜찮다고 포기만 하지만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