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스물아홉. 29.
친구들은 서른이 되기 전 결혼을 했다. 좋은 직장에서 괜찮은 월급을 받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모아둔 돈을 박박 긁어 캐나다로 떠났다. 30이 되기 전 가을. 나무에 달랑거리는 나뭇잎처럼 29이란 숫자가 30으로 떨어지기 전.
망했다고 생각했다. 결혼도 못했고 직장도 변변치 않았고 모아둔 돈도 없었으니까. 모든 시작에 머뭇거렸다. 영어학원에 등록하고 헬스장에 등록하는 것도 나이 때문에 모든 시작 앞에서 머뭇거렸다.
늦은 건 없다. 스물아홉 한창인 청춘에 다른 사람과 날 비교했다. 틀 안에 날 가두고 늦었다고 안될 거라고 반짝거리는 젊음에 찬물을 끼얹었다. 늘 지나고서야 안다. 그때가 한창이었는데 난 왜 자꾸 늦었다고 후회를 했는지.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서 후회하면 억울하니까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또 후회하기는 싫으니까.
어떤 시작에 늦은 건 없다고 지금의 나도 정말 늦지 않았다고. 괜찮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