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난 그런 사이는 아니었다. 애틋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사이.
하루는 고모가 놀러왔었다.17평 작은 거실에서 삼겹살을 구었다. 할머니와 고모 식구는 거실에서 삼겹살을 먹었다. 싱글침대 하나로 꽉찬 방에서 난 오도가도 못하고 삼겹살 냄새만 맡았다. 아무도 나에게 삼겹살을 먹자고 묻진 않았다.
능글맞게 문열고 한번 물어나 볼껄. 냄새가 좋네요. 저도 한번 먹어도 될까요? 그렇게 해볼껄. 나는 침대에 등을 기댄체 쪼그려 앉아있었다. 방문 넘어로 고모가 하는 말. 할머니가 하는 말. 조카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삼겹살 냄새를 맡으면서.
인생이 뭔가 처량하네. 그런생각을 했다. 난 그때 스무살 초반이었고 직장에서는 95만원을 받았다. 내 처지가 뭐랄까. 이렇게 살아도 되나. 집에서도 난 비를 맞네. 혼자 젖어있네. 눈물이 한방울 툭하고 떨어지더니 후두둑 소나기가 되어 내렸다.
악을 키우던 시간들. 소고기도 아니고 그깟 삼겹살 하나에 사람이 이렇게 초라해지나. 그런 기억들. 그래 그런 마음들. 할머니를 미워했었다.
할머니한테 그때 왜 그랬냐고 묻진 않았다. 할머니도 날 예뻐하지 않았으니까. 미운마음들은 말하기 전에 표현하기 전에 알수있다. 감추려고 해도 텅빈 지갑속처럼 티나 가. 그런건 정말 티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