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겨울방학 때 으레 있는 숙제 중 하나였다. 박물관 가기 미술관 가기.
그날 아빠랑 국민중앙박물관을 갔다. 청동기 시대 도자기니 민무늬 토기니. 아빠손 잡고 서늘한 박물관을 구경했던 기억. 다정하게 설명해 주는 아빠를 내가 고개를 들어 봤던 기억. 아빠가 좋았다. 아는 것도 많고 듬직했다. 아빠는 키가 컸다.
박물관에서 나와 짜장면을 먹었다. 두 그릇을 시켜 나와 아빠랑 먹었던 기억. 시커먼 자장이 노란 밀가루 면에 잘 비벼지도록 아빠가 도와주던 기억. 내가 입맛을 다시던 기억. 30년도 훌쩍 넘은 기억. 그런 기억들이다. 무너지는 날 일으켜 세운 기억들. 날 살아가게 하는 힘이 돼주는 기억들.
주말엔 자장면을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