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한 마리 키웠다.
아빠가 돈 대신 받아온 그 개. 우리는 그 개를 흰둥이라 불렀다. 단지 흰색털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철물점에서 아빤 개 목걸이와 목줄을 사 왔다. 파란색 목줄은 중간에 주황색 한 줄이 그어져 있었다. 그건 흰둥이에게 너무 커서 흰둥이가 맘먹고 앞발로 목줄을 빼면 몇 번이고 쑥 빠졌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을 거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흰둥이 이름을 부르며 집에 도착했을 때 흰둥이는 없었다. 덩그러니 목줄만 남기고서.
흰둥아 흰둥아. 나는 등에 매고 있던 가방도 내려놓지 못하고 흰둥이 이름을 불렀다.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갈라지고 벼 뿌리만 남은 논사이를 뛰어다니며. 그러다 넘어져서 논 뿌리에 무릎을 베었는지도 모르면서.
그때였다. 흰둥이가 분홍색 혀를 내두르며 뛰어오고 있었다. "없어진 줄 알고 걱정했잖아. 집에 가야지." 흰둥이의 몸에 붙어 있는 도깨비바늘을 떼어주면서 말했다.
"어디를 갔다 온 거야. 온몸에 도깨비바늘이 붙었잖아." 그날의 기억. 나를 보면 온 힘을 다해 짧은 꼬리를 흔들어 주며 열렬히 환영을 해주던 나의 친구. 흰둥이는 우리 집에서 17년을 살다 갔다. 나에게 사랑 같은 걸 알려주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