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비닐에 담긴 건 무엇입니까?

by 캐나다 부자엄마

구멍 난 양말 두 짝. 오래되어 쓸 때마다 머리카락이 뽑히는 똑딱이핀.


내가 오늘 버린 것들의 목록.


20평도 되지 않는 작은 아파트에 물건들이 줄지어 늘어져있다. 다섯 살 딸아이를 위해 얻어온 옷. 언제부터 쌓여있는지 모를 옷무덤. 바닥에 쓰러져있는 우산.


마음을 먹는다. 오늘은 치워야지. 버릴 것들. 나누어줄 것들. 도네이션 할 것. 팔 것들. 정리하다 보니 가격표가 붙어있는 물건들도 딸려 나온다.


물건으로 빈 수레 같은 마음을 채우려던 지난날들이 생각났다. 가난이 길었던 탓에 무엇이라도 쥐고 있고 싶었나? 쓴웃음이 났다. 이런 것을 돈 주고 왜 샀을까? 쓰지도 못한 것들을 정리하면서 속이 쓰리다. 가볍게 살고 싶었다.

무거운 마음은 자꾸만 가라앉는다. 가라앉다 바닥을 친다. 그게 또 나를 친다.


무겁게 살지 않기로 한다. 검은 비닐봉지에 미련 같은걸 가득 담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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