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면 죽기밖에 더 하겠어? 그래 죽기밖에 더 하겠냐고.
그런 마음이었어. 16년 전 캐나다로 왔을 때. 인생을 뒤집고 싶었어. 손목을 긋다가 목을 매다가. 서러웠어. 죽는 것도 맘대로 못하냐고 난 왜 뭐 하냐 제대로 하는 게 없냐고.
뛰어들려고 올라간 다리였어. 그날은 꼭 죽기로 맘을 먹었거든. 값이 난 거야. 무섭더라고. 꺼놨던 폰을 켰어. 문자 한 통이 와 있더라. 난 다 날 싫어한다 생각했거든.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 살면서 미친 듯이 뭔갈 해본 적이 있나 생각했어. 없더라. 죽으려고 기를 쓴 거밖에.
캐나다에서 말이 안 통하니까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몸짓발짓 하면서 살 곳을 찾고 돈을 벌었어. 하루하루가 살아남는 게 목표였지. 미래엔 뭘 하고 나중엔 뭘 하고 그럴 생각 할 틈이 없더라.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외국에서 날 지킬 건 나뿐이더라고. 난민이며 싱글맘 단약에 성공한 사람. 많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 난 나만 개똥구리처럼 슬픔을 굴리면서 산다 생각했거든. 지방대 자퇴에 영구임대아파트에 산다는 게. 엄마는 공장일을 하고 아빤 용달일을 한다는 게 그 모든 상황에 나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어. 가난 때문에 학력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모양으로 살아가더라. 찌그러지고 완벽하지 않아도 각자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살아가더라. 그렇게 살다 보면 잘하는 것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기더라고. 외국이 아니어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도시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아. 나를 모르는 곳. 내가 어떤 과거를 가지고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 다시 시작하는 거야. 죽으려고 했던 용기로 다시 시작하면 돼. 그곳이 어디든. 지금 내가 있는 곳이 힘들면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롭게 시작하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