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오기 전 할머니와 살았다.
14평, 방 두 개짜리 영구임대 아파트,
엄마가 아빠한테 뚜드려 맞고 어린 동생과 날 두고 도망친 날,
너네도 네 엄마 찾아가라고 비가 와서 흙탕물이 넘실거리던 그 개울가에 나랑 동생을 밀었던 할머니.
그 할머니랑 난 둘이 살았다.
우리 살던 아파트엔 녹색 울타리가 쳐있었다.
우리 같은 사람은 메이커 아파트 길을 지날 수 없어.
나쁜 할매지만, 물이 불어난 개울가에 날 밀었지만,
이렇게 멀리 돌아오면 할머니 다리 아플 텐데
악에 받친 할머니가 이해돼. 난 또 미안해져.
내가 오해해서 할머니, 내가 원망해서 할머니,
닫힌 길을 보며 좌절하고 아파했던
덕분에 나의 할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던 그 길에서 다짐했다.
꼭 그 길로 가지 않아도 된다고 그 길은 여러 갈래 중 하나였다고
내가 바꿀수 없는 세상이지만,
그렇다고 내 꿈까지는 바꾸지 말자고,
닫힌 길에서 다짐 같은 걸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