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펀들랜드 퇴근길.
내 반지하 문에 검은 비닐봉지가 걸려있다. 봉지를 잡는다. 뭔가 동그래.
봉투를 열어보니 사과 대여섯 알이 들어있다. 누굴까? 주위를 둘러본다.
뉴펀들랜드에는 나랑. 나. 그리고 한국에서 도망친 마음 아픈 나만 살았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여름에도 문을 열면 물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반지하에서
난 다리 많은 벌레랑. 엄마가 돈벌레라고 부르는 벌레랑 살았다.
혼자라 생각했다. 지구 위 어디서도 난 혼자라고. 그래야 된다고.
내가 날 미워하던 날들. 내가 내 편이 돼주지 못했던 날들.
나도 모르는 누군가는 날 응원하고 있구나.
뉴펀들랜드까지 왔으면 포기하지 말고 한번 잘 살아보라고 검은 비닐 속 사과들이
빨갛게 익은 마음을 보낸다. 사랑 같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