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눈곱을 대충 떼고 잠옷 위에 검정 잠바를 하나를 걸치고 집 앞 커피숍을 간다.
$3.10 제일 싼 오늘의 커피를 주문한다. 커피가 나오고 커피바 한쪽에 진열된 물컵을 집어 들어 컵에 물을 따른다. 한 손엔 커피컵 한 손에 물컵을 들고 내가 좋아하는 이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는다.
이른 아침이라 2층에는 사람이 없다. 구석자리를 발견하고 주섬주섬 어깨에 올려있던 가방을 의자에 내려놓는다. 조용한 커피숍에 잔잔한 노래가 은은하게 퍼진다. 아 좋다. 출근까지 책을 읽어야지. 핸드폰을 눌러 시계를 확인한다. 6시 10분. 출근까지 3시간 남았다. 적어도 두 시간 삼십 분 동안은 me time을 즐길 수 있겠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물 한잔을 마신다.
물 잔을 내려놓을 찰나 들고 있는 물 잔에서 누군가의 립스틱 자국을 발견했다. 갑자기 모든 평화에 지지직 금 가는 소리가 들린다. 설거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직원, 아니 진한 핑크색 립스틱을 바르고 온 손님, 아니 왜 운 없게 나는 아침 6시부터 남의 립스틱이 묻은 컵에 물을 따라 마셨을까. 짜증이 꼬리에 꼬리를 묻는다.
넌 한 번도 실수한 적 없어?
마음속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린다. 맞아. 나도 실수 많이 하잖아. 일 더 크게 벌이지 말고 새 컵에 물을 받으면 될 일이야. 아무 일도 아니라고. 결국 늘 일을 키우는 건 너 자신이라니까. 그럴 수 있지. 그럴 수도 있는 거야.
립스틱이 묻은 물컵을 들고 내려간다. 사용한 커피잔을 넣어두는 회색 설거지 통에 그 컵을 조용히 내려놓는다.
새로운 물컵에 물을 받아 이층 내 자리로 다시 돌아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화를 내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