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성을 쌓은 자
최초의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식물성 음식을 먹으며 살았고, 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후부터는 수렵 생활을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아담의 아들 중 가인은 농경, 아벨은 목축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님은 왜 가인의 제사를 받지 않고 아벨의 제사를 받았을까? 궁금하다. 물론 성경(히브리서 11장)에 가인은 믿음으로 제사를 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신학적으로도 다양한 견해를 내어 놓을 수 있겠지만, 문화적인 관점에서 설명을 하면 좀 더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농경문화의 시조인 가인의 문화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모두가 알고 있듯 인류최초의 문명들은 모두 농경문화에서 발생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농업을 하려면, 제일 먼저 농사를 지을 땅을 확보하고, 자신의 땅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땅의 경계를 표시한 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하던지 담을 쌓고 집을 짓는다. 그리고 새벽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을 한다.>
농경문화에서는 주도권을 신이 갖고 있지 않고 농사를 짓는 인간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 농경민에게 있어서 신은 자신들을 보호하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강한 자부심이 있다. 신의 역할은 단순하여 인간의 요청에 따라 간단히 응답만 해주면 된다. 비를 요청하면 비를, 비 그치기를 요청하면 비를 그만 내리게 하면 되고, 적당한 온도를 요청하면 적당한 온도를, 풍작을 원하면 풍작을, 인간이 원하는 것만 해결해 주면 된다. 농경민은 자신들이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바라보며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고, 교만으로 가득 차게 된다.
자신의 영역인 울타리 안은 어느 누구도 터치할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이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는 곳이다. ‘울타리 안은 내가 만든 나의 세계, 나의 문명, 나의 성,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신이 그 울타리 안을 간섭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신은 울타리에 너무 가까이 오지 말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인간으로부터 요청이 있을 때 필요한 것만 채워주면 되는 존재이다.
제사의 영역도 마찬가지이다. 신이 무엇을 원하느냐가 중요하지 않고, 신은 인간이 열심히 노력하여 얻은 소산물을 주는 데로, 멀리서 받아먹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노력은 인간이 하였으니 신은 인간이 주는 데로 불평 불만하지 말고 받아먹으라는 것이다. 제사는 비를 내려준 만큼의 대가, 기온을 적당하게 해 준 만큼의 대가이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신의 존재감.
그래서 농경문화에는 온갖 잡신들이 많다. ‘비의 신, 풍요의 신, 천둥의 신’ 등등 모든 것에 신의 이름을 붙인다. 농경문화는 인간 중심의 문화이다. 어떤 학자들은 1) 인류가 농경사회 즉 정착 생활을 하면서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되었고, 동물들을 가축화시키면서 더 많은 전염병이 발생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농경문화가 농업혁명을 이루었고 이것이 나중에 도시화로 발전되었다고 한다.
가인은 어떻게 이런 문화 속에서 믿음으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릴 수 있었겠는가? 가인은 농경문화의 치명적인 함정을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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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피엔스, 유발하라리 저 / 총균쇠, 제라드 다이아몬드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