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의 의미
유목민들에게 있어서 나무는 아주 특별하다. 왜냐하면 일단 유목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초원이나 사막에는 나무가 그리 많지 않다. 정주민족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나무의 의미와 중앙아시아 스텝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나무의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 한국 사람에게 있어서 나무는 수많은 나무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한반도는 특히 산이 많아서(국토의 70%) 나무는 지겹도록, 죽을 때까지 볼 수 있다. 아니 죽어서도 작은 나무 상자 안에 갇혀 시신이 다 썩을 때까지 땅에 묻혀있다. 그러나
--- 유목민들에게 있어서 나무는 삶과 죽음을 갈라 놓는 갈림길이고, 인생의 목표이며, 걸어가야 할 방향이다. 마치 항구의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
유목민들 사이에서는 지금도 종종 이 나무 한 그루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서 서로 죽고 죽이는 경우가 발생한다. 유목민들은 가축들이 신선한 풀을 뜯도록 하기 위해 늘 초원을 옮겨 다녀야 하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어떤 기준도 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보이지 않는 규칙과 기준이 있다.
예를 들면 지평선이 보이고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에서는 나무 한 그루가 규칙이고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수백 미터 앞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오른쪽과 왼쪽, 나무의 앞쪽과 그 뒤쪽, 등등 서로 구분하여 양들이 풀을 뜯게 한다. 한마디로 작은 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유목민들의 영역이 서로 합의(동의) 하에서 결정된다.
그런데 어느 한 목동이 이기적인 욕심으로 기준으로 정해진 한 그루의 나무를 넘어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였을 경우, 처음 한 두 번은 경고를 하고 그래도 계속 어길 경우는 싸움이 일어나고 때로는 부족들간에 큰 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사막에 사는 유목민들에게 있어서 나무는 더 심각하다. 사막에서 나무는 곧 오아시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는 유목민들에게 있어서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결 될 뿐만 아니라, 한 부족의 존폐에까지 영향을 준다. 그래서 중동이나, 중북부 아프리카에서는 오아시스를 차지하려고 수많은 전쟁이 벌어졌는데, 성경 창세기, 이삭의 인생에서도 여러 번의 오아시스 소유권 분쟁이 발생한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