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기계라고 불리는 무리들
고대와 중세의 유목 제국들은 그들이 정복한 지역의 도시와 농지를 철저히 파괴하여 적국이 다시 재기하지 못하게 했는데, 그 이유는 농부가 떠난 지역은 수년이 지나면 목초지가 되어 유목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대 흉노 제국의 후예인 훈족을 비롯한 튀르크족, 몽골족 같은 유목 민족은 스텝 지역의 목초지를 따라 정복사업을 하였는데, 그 이유는 말들을 키우고 유목 생활을 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었다. 몽골제국이 헝가리까지 진출한 후에 유럽으로 더 이상 진출하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도 당시 유럽이 가난하였고 더 이상 확보할 목초지가 없어서라고 한다. 물론 가장 큰 이유가 몽골 제국의 4대 황제인 뭉케 칸의 죽음으로 중앙정부에서 권력 투쟁이 일어났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유목 사회에서 한 가정의 남자가 전쟁에 나가서 죽으면 남은 가족들은 다른 가족에 흡수되지만, 만약 가정의 가장인 남자가 전쟁에서 불구가 되면 가족들의 생계유지가 어렵게 되고 그 부족 안에서 짐 덩어리로 전락하게 된다. 그래서 유목민은 전쟁에서 불리해지면 절대로 목숨을 걸고 끝까지 싸우지 않고 도망을 친다. 초원이나 사막에는 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한 개인의 목숨과 부족의 유지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유목민족은 원거리의 정복 전쟁에 나갈 때 일반적으로 모든 가족, 가축, 재산을 갖고 이동한다. 전투부대와 함께 이동하기에 아주 특화되어 있다.
고대와 중세 유목민족들의 세력적 우위는 기타 다른 민족들과 비교했을 때, 말의 힘과 호전성에 있는데, 만약 이런 특성을 가진 유목 민족이 정주세계로 들어가 순화되는 순간 그 특성을 잃고 약화될 수밖에 없고 문명의 달콤함에 빠지는 순간 아주 나약한 존재로 전락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튀르크 제국들과 몽골제국이다.
< 중국 시인 이백 “금. 은. 비단을 끊임없이 주고 있다. 달콤한 말과 부드러운 선물에 속아서, 튀르크 부족민들이여, 너희는 죽었다. 튀르크 부족민들이여 너희는 죽을 것이다. 너희의 외튀겐산에 머문다면 너희는 영원히 나라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
< 칭기즈칸 “내 자손들이 비단옷을 입고 벽돌집에 사는 날 내 제국이 망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유목 제국들은 유목민의 군사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정주민의 통치 기술을 습득하고 농업 생산력을 최대한 늘리며 천년의 제국을 꿈꾸었으나 선조들의 유언처럼 오래가지 못했다.
기독교인의 영적 거룩한 야성은 여호와 하나님과 동행하는 유목적 삶 속에서 유지되고 발전되는데, 세속의 문명과 타협하는 순간 점차 야성은 사라지고 결국에는 영성은 죽고 영적 좀비와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예수님은 사도 요한을 통하여 사데 교회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살았다 하는 이름을 가졌으나 실제로는 죽은 자들이다”
참고자료 : 유라시아 유목제국사, 르네 그루세 저 / 유목문명기행, 공원국 저
유라시아를 정복한 유목민 이야기, 송금영 저 / 유목민이야기, 김종래 저
노마디즘1, 이진경 저(들뢰즈 저, 천의 고원 해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