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진 Apr 06. 2024

홍해가 갈라지다

출애굽

430년간 이집트에서 인구수를 불렸던 이스라엘 민족은 드디어 대탈출을 감행했다. 70여 명으로 시작했던 작은 부족이 200~250만 명이 넘는 대 민족으로 성장하여 이집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야훼 하나님이 선택한 민족으로 독립된 문화를 만들기 위해 길고 긴 여정을 떠났다. 만약 야곱 가족이 400년 동안 계속 유목생활을 했더라면 결코 숫자가 그만큼 불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탈출하는 과정은 드라마틱 그 자체였고,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도 철저히 야훼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이들은 그동안 익숙했던 정주 문화를 버리고 이제는 유목민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생활의 가장 기본인 음식을 비롯한 모든 생활 형태를 유목 생활에 적합하게 바꾸어야 했다. 하나의 간단한 예를 들자면, 그 당시 유목민의 주식인 빵은 정주민의 것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정주민은 빵의 맛을 더 하기 위해 효모를 쓰지만 유목민은 효모를 거의 쓰지 않는다. 효모를 쓰면 빵이 빨리 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훼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효모를 넣지 않는 빵을 만들라고 했다. 준비를 마친 이스라엘 민족은 서둘러 길을 떠났고, 며칠 후 이집트 파라오는 이스라엘 민족을 풀어준 것을 후회하며 추격에 나섰다. 


이때 이스라엘 민족의 탈출 규모를 대략적으로 산출해 보았다. 인구 약 200~250만 명을 기준으로 할 때, 가구수(부부, 자녀 4명일 경우) 약 30만~ 40만 가구, 가축 수(양을 기준으로 한 가구당 약 100~200마리일 경우) 3천만~4천만 마리, 양들은 하루에 10~12km 풀을 뜯으며 이동한다. 고센지역에서 가나안까지 640km, 시간적으로 2~3개월 걸릴 거리이다. 그러나 위기 상황이었기에 한가로이 양들을 풀을 뜯게 하지 않고 더 빠르게 이동시켜야 했을 것이다. 만약 고센지역에서 가나안까지 발이 빠른 사람들로 구성된 선발대를 편성하여 곧장 간다면 10여 일이 걸리는 거리다. 


기독교 역사적으로 가장 큰 논란 중의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홍해가 갈라졌다는 지역이 ‘어디냐?’는 것이다. 가톨릭의 전통을 따르면 수애즈 운하가 있는 쪽이고, 다른 주장을 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나일강 하구의 습지대 근처이고, 또 하나는 최근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목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접하고 있는 아카바만 인근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탈출 당시(BC13C 혹은 BC15C) 기후와 지형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 때문이다. 지금은 이집트 본토나 시나이 반도가 거의 사막이나 광야이지만 그 당시에는 사막화가 많이 진행되지 않아 유목하기에 적당한 목초지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어쩌면 야훼 하나님은 목초지를 따라 이스라엘 민족을 40년 동안 유목 생활을 시키면서 유목적 세계관을 갖게 했을 것이다. 유목적 세계관은 오직 야훼 하나님만을 의지하게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어디에서 바닷길을 건넜든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야훼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백성들이 하나님의 지시를 따라 이동했다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집트로 간 유대인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