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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진 Jul 25. 2024

동남아 여정

한 달이 지나고 있다

동남아에 온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더위와 모기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우기가 시작되면서 더위는 많이 가라앉았지만, 끊임없이 달려드는 모기들 때문에 괴롭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뎅기열 발생률이 높다는데, 조심 또 조심을 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며칠 전에는 온몸이 모기에 물려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지만 그때뿐이다. 일반 모기들도 극성이지만 작은 풀벌레와 같은 것들이 달려들어서 더욱 고통스럽다. 더위와 모기에 뜯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옥이 있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사무실의 내부 인테리어를 마치고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었으며 방역 작업을 하여 모기와 벌레들을 박멸시킬 수 있었다. 지난 한 달간의 지옥 같은 생활, 이제는 천국 같은 생활을 누리고 있다. 방충망이 있는 창문과 에어컨의 차가운 바람이 빵빵하게 나오는 사무실이 나에게는 천국이다. 지금은 2층 사무실에 앉아서 매일 한두 번씩 쏟아지는 비를 여유롭게 구경도 할 수 있다. 그리고 풍성한 열대과일들을 먹으며 행복감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나는 지금까지 구경도 못해본 과일들을 즐기고 있다. 두리안, 망고, 코코넛 등등… 그런데 두리안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냄새와 맛이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제 혼자서 운전도 한다. 처음에는 오토바이로 가득 찬 거리를 걷는 것조차 무서웠는데, 지금은 복잡하지 않고 짧은 거리는 혼자 운전을 하며 다녀오곤 한다. 교통의 흐름을 파악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오토바이들이 무섭다. 어린아이를 포함한 가족 네 명이 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오토바이는 현지인들의 삶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현지 교통법에는 ‘차량은 오토바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래서 대부분 차량 운전자들은 오토바이가 다가올 때 아주 조심하며 저속으로 운행을 한다. 간혹 일부 사람들이 약간은 거칠게 운전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저속으로 운행하고 급가속이나 급정거, 급차선 바꾸기, 급끼어들기를 하지 않는다. 천천히 흐르는 강물의 물줄기처럼 모두가 그렇게 흘러간다. 서로서로 양보도 아주 잘한다. 남녀노소 모두 오토바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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