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 흔한 인사말 -

by 캄이브

< 밥 같이 먹어요 >


"조만간 연락할게요. 밥 같이 먹어요."

헤어짐으로 남겨진 인사말이었다.

하루, 이틀, 삼일 나는 일 년 넘게 연락을 기다렸다.

명절과 특별한 날 안부인사의 문자를 주고받았으나 식사 약속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결례를 무릅쓰고 물어볼 용기도 없었고,

지갑이 얇은 탓에 선약은 뒤로하고 세월아 네월아 기다림이 최선이었다.

밥 약속에 대한 기억이 아슴아슴 멀어질 무렵 행사에 참가하여 다시 만남을 가졌다.


그는 나를 살갑게 대해주었고, 헤어짐이 아쉬운 듯 포옹 작별인사를 하면서 속삭였다.

"조만간 연락할게. 밥 같이 먹어요."

...

(수백일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는데... 또 밥을 먹자고? 우습게 보이나?)

만남과 약속에 대한 무게감이 내 입을 무겁게 누른다.


시간이 지나고 아랫동네 사람들 속에 묻혀 살아가는 동안

"밥 같이 먹어요"는

살가움의 표현방법, 인사치레, 그냥 흔한 인사말임을 알게 되었다.


윗동네(북한) 식사 약속

"나 재랑 밥 같이 먹는 사이야"

따뜻한 밥 한 끼로 정을 주고받는 윗동네.

대부분 가족들과 밥을 해결하는 윗동네서 밥을 같이 먹는 사이는 우정과 친밀감의 표현이었다.

윗동네는 "밥 같이 먹어요"는 가벼운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아랫동네(남한) 이사 온 후,

"담에 연락드릴게요."

"밥 같이 먹어요."

"차 한 잔 해요."

"술 한 잔 살게요."

"담에 또 봐요." 등 이런 흔한 인사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입술에 설탕을 바른 가식적인 말, 책임지지 않는 형식적인 말이라고...

이제는 익숙하다.

흔한 인사말로 건네는 인사치레이기에 덤덤히 흘러 보낸다.


윗동네 아랫동네 일상에 스며든 문화의 온도차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서서히 적응한다.

오늘도 나는 아랫동네 문화에 적응하고 있는 중~


같은 언어 다른 문화에서 겪는 좌충우돌 적응기.

- 캄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