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어깨 위에
은빛 숨결처럼 살며시 내려앉는다.
길게 늘어선 나무들은
가을의 군무를 연주하듯 서 있고
붉은 잎이 바람에 선율을 남기며
잔잔한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
바람결에 춤추다 내려앉은 나뭇잎은
작은 새처럼 내 앞을 스치며 흘러가고,
발끝에서 피어나는 바스락 노래는
세상의 소음을
아득히 멀어지게 한다.
숲의 냄새는
기억보다 깊은 고요를 일으켜
시간의 결을 천천히 풀어내고,
세상은 잠시
숨을 고르는 듯 평온해진다.
이 길 끝에 놓인 추억도,
이 길 위에 남을 기억도,
가을이 우리에게 건네는
맑고 따스한 선물이다.
- 캄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