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 소설
계절은 마지막 문장을 조용히 맺고
그 위에 희미한 흰 숨을 얹는다.
작은 눈이 내릴 듯 말 듯,
겨울의 첫 장을 살며시 펼쳐 보인다.
가을은 뒤돌아선 그림자처럼
색을 잃어가는 풍경을 남기고,
차가운 바람은 문턱을 넘어오는 발자국 소리로
겨울의 도착을 알린다.
소슬한 바람 사이로
아직 지워지지 않은 가을의 온기가 흔들리고,
그 틈을 스며드는 겨울의 기척이
두 겹의 숨결처럼 포개져
계절은 낮은 음성으로 넘어간다.
이런 날이면
나는 소설의 골짜기 속으로 천천히 발을 들인다.
문장들은 가벼운 눈발처럼 흩날려
어깨 위에 내려앉고,
그들의 울림은 마음의 빈자리에
조용한 불빛처럼 스며든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문장 너머의 세계는
더욱 느리게, 선명하게 열리고
소설은 언제나
나에게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작고 은밀한 문이 된다.
소설의 계절.
온기를 품은 찻잔 하나,
따뜻한 이야기 한 권을 품고
나는 오늘도
계절과 이야기가 포개지는 자리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러 간다.
- 캄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