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문

- 정월 대보름 -

by 캄이브

삼월의 문을 여는 날,

정월 대보름.


하늘은 낮게 내려와
구름을 풀어놓고,
는 아이처럼
숨바꼭질을 한다.


봄이라 부르기엔

아직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달은 안다.


겨울을 건너온 소망들이
오늘 밤,

둥글게 차오른다는 것을.


블러드문,

지구의 대기를 통과한 빛이
푸른 것은 놓아두고
붉은 것만 남겨

달을 물들이듯,


우리의 시간도
차가운 날들을 흘려보내고
끝내 따뜻한 기억만 남아

고요한 밤하늘

천천히 수놓을 것이다.


어둠 속에서도

남는 빛의 증거.


우리는 오곡을 섞어

한 해의 숨을 짓고,

나물 한 줌에

지난여름의 햇살을 얹는다.


딱,

부럼을 깨는 소리.


굳게 닫힌 근심이 갈라지고

입 안 가득 번지는 고소함 속에

건강과 평안이

씨앗처럼 흩어진다.


붉게 물든 달빛 아래

두 손 모아

소망을 헤아린다.


가족의 건강을,

일상의 평안을,

생활의 풍요를.


삼월 삼일,
첫 장을 넘기는 날.


둥근달처럼

우리의 희망도

다시 차오르기를.


- 캄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