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마음이 녹아내린다
눈이 왔다
전시장 통유리 너머로
얌전하고 포근한 눈이 내렸다.
눈앞에 겨울을 오래도록 머금은
내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엔 네가 서 있었다.
간신히 밀어내어보지만
차갑고 무채색의 무표정한
내가 애써 웃고 있었다.
솜털 같은 눈은 쌓이지 않고
땅에 닿는 순간 흔적 없이 사라졌다.
금세 사라질 거면 나타나지 말지.
온몸에 한기가 스쳐 지나간다.
‘원장님, 너무 감사해요.
전시 준비하느라 너무 고생하셨어요.
정말 고마워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틈사이로 혼란한 마음이
비집고 들어왔다가 현실로 돌아왔다.
전시 작가들이 환한 웃음으로
고맙고 행복함을 나에게 전한다.
코끝이 또 찡해진다.
나는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아직도 꽤 괜찮은 나였구나.
누구에겐 별것 아닌 말들에
다시 언 마음에 온기가 돈다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펑펑 쏟아져 내린다.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