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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샘 Sep 20. 2023

피터팬이 좋아하는 꽃

티라노사우루스에게 사과를 주는 마음 

 해님이 지구에 가까이 오는 6월이면 유아들은 짧은 옷을 입고 등교한다. 긴 옷에 가려졌던 꼬물꼬물한 발가락, 통통한 종아리, 희고 부드러운 팔뚝 살이 드러나며 더욱 귀여웠다. 

“선생님! 내 팔을 왜 자꾸 주물러요?” 

“서준이 팔이 하얗고 부드러워서 자꾸 만져보게 되는데 싫은 느낌일까? 

“아니요, 싫지는 않아도 간지러워요” 

“간지러우면 하지 않을게”

쌓기 놀이에서 커다란 동물원을 만들던 서준이가 다가와 

“선생님 제 팔이 그렇게 좋으면 만져도 돼요. 그런데 하얗고 부드럽다고 제 팔로 나무를 만들지는 마세요.”

“어머나 그게 무슨 무서운 말이야? 왜 몸으로 나무를 만든다는 무서운 생각을 할까? 선생님은 그런 나쁜 사람이 아니야. 왜 너를 아프게 하겠니?” 순간 나는 폭력적이지 않은 친절하고 따뜻한 교사라는 것을 서준에게 어필하려 하였는데 

“어제 선생님이 천사 점토가 하얀색이고 부드러워서 물감을 섞어 원하는 색을 만들고, 부드러워 모양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나무를 함께 만들었잖아요.”

“그런 생각이었어? 팔이 희고 부드러워도 점토는 아니니까 팔로 나무를 만드는 일은 절대 없어, 걱정하지 말고 재미있게 놀아요.” 서준이는 안심한 듯 놀이를 하러 갔다. 정말 천사 점토와 자기 팔을 같은 재료로 생각했을까? 유아들의 사고에서는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다지만 해석 불가능한 엉뚱한 연상이었다.      

 유치원은 만 3, 4, 5세가 다니는 학교이다. 초등학교 6년제이고, 유치원 교육과정이 3년인 것은 유아들의 인지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단설유치원에서 연령별 학급 구성을 하고, 3년간 성장하는 유아들을 지속적 관찰하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동화 속에서 살던 피터 팬이 현실 세계로 나와 유치원생인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런 발달단계로 인하여 서준처럼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는 사건이 자주 있다.     

  유치원에서 6월의 놀이 주제는 대부분 동식물과 자연이다. 동물과 식물의 특징, 인간과 동식물의 상호 작용이 필요한 이유 더 나아가 자연 친화적인 생활이 초록지구를 지키는 역할이라 것까지 생각을 공유하게 된다. 유아들과 조사 정리한 동물과 식물에 대한 정의는 참 간단명료하고 멋지다.

 동물스스로 걸어 다녀요새끼나 알을 낳아요똥을 싸요서로 잡아먹기도 해요소리를         내요(뱀은 소리를 못 내요)

 식물꽃이 펴요혼자 못 걸어요그래도 살아 있어요햇빛흙이 있어야 살아요씨를        만들어요좋은 공기를 만들어요     

  동물을 주제로 놀이할 때 남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물의 으뜸은 공룡이었다. 동물의 조상 격인 공룡은 먹이를 기준으로 육식과 초식으로 나누기도 하고, 서식처를 기준으로 바다 공룡, 육상 공룡, 익룡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것은 유아들에게 흥미 있는 기준은 아니다. 유아들은 어떤 공룡이 다른 어떤 공룡을 잡아먹는 강자인지를 궁금해한다. 공룡에 관한 많은 정보와 교구로 인하여 유아들에게 최고의 인기스타, 공룡의 왕 ‘티라노사우루스’가 영웅이 되어 남자들은 여럿이 모여 공룡 놀이를 매일 한다. 넓은 울타리 안에 공룡 사파리 열차, 나무와 바위를 배치하고 열 개가 넘는 공룡모형까지 제법 근사한 쥐라기 공원이 꾸며졌다. 엉뚱하고 억울한 상황은 공룡의 식당을 꾸밀 때 일어났다. 은성이가 잘 익은 사과를 티라노사우루스에게 먹이려 할 때 지은이가 급하게 소리쳤다. 

“은성아, 그거 주지마! 티라노는 사과 안 먹어”

“왜? 맛있는 사과를 싫어하는 공룡은 없어”

“아니야 티라노는 육식공룡이라 그런 거 안 먹어, 먹이면 큰일 나” 지안은 확신에 찬 진실을 말하였다.

“너 그런 말 하지 마, 거짓말하면 나쁜 사람이야. 우리 엄마 의사 선생님이야 알지? 사과는 의사의 치료보다 좋은 열매라고 했어.” 은성이의 반박도 엄마까지 등장하여 자신감이 넘쳤다.

“야 장희야 티라노는 육식공룡이라 사과 안 먹지?” 지안이의 도움 요청에 장희가 가지고 있던  안킬로사우루스를 은성이에게 주며 

“지안이 말이 맞아. 이거 안킬로사우루스 먹으라고 해. 육식공룡은 초식공룡을 먹고 살아 열매를 먹지 않는다고 공룡 백과에 나오잖아”

“싫어, 그런 딱딱한 걸 티라노가 왜 먹어 티라노사우루스 건강에 안 좋아. 사과 줄래”

말리는 지안과 장희를 원망하며 은성이는 울음으로 선생님을 불렀다. 각자의 의견을 듣고 나는 잠시 망설였다. 진실을 존중할까? 엉뚱한 휴머니즘을 응원할까? 둘 다 존중할 가치는 이었기에 이런 대답을 하였다. 

“친구들아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어요. 그런데 장희와 지안이 말이 맞아요. 티라노사우루스는 육식공룡이기에 식물은 먹지 않아요. 은성이는 사람의 건강에 좋은 열매인 사과를 티라노에게 주고 싶겠지만, 티라노사우루스가 진짜 좋아하는 먹이는 식물이 아니고 동물이에요. 다른 것을 찾아서 먹이로 주었으면 좋겠어요.” 은성이는 억울함에 가득한 눈물을 흘리며 

“엄마한테 물어볼래요. 사과는 모두에게 좋은 열매예요.” 모호한 표정으로 은성의 마음을 꼭 안아 주었다.      

 유치원은 정확한 지식과 동화 속의 피터 팬 마음이 자주 충돌하여 인정할 수는 없지만, 틀렸다고 단호하게 말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뚱딴지꽃이 자주 피는 곳이다. 동화 속의 상상을 잃어가며 현실의 지식에 밝은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과연 성장일까? 어른 중에 다른 사람들보다 상상력을 더 가지고 있는 피터 팬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좋아한다고 하였다. 새로움에 도전하며, 부족한 실력에 실망하여 엉뚱한 시도였다고 자주 좌절도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며, 나는 다른 이들보다 피터 팬과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서 그의 엉뚱함이 나에게 라는 뚱딴지꽃을 피우게 하였다.     


샛노란 꽃에 긴 목덜미

가을바람에 허리를 흔드는 

해바라기보다 아름다운 

귀한 이름 있을 듯한데

그 이름이 뚱딴지꽃

믿지 못해 캐본 뿌리

울퉁불퉁 징그럽기까지 한 돼지감자     

저 꽃과 이 덩이가 한 몸이라니     

차마 안타까워 마음 털고 일어서려는 

치맛자락을 잡는 줄기     

오십이 넘어 다시 글을 쓰겠다는 아줌마      

        <뚱딴지꽃>의 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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